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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한국 소비자- 김용훈 경제부 기자

  • 기사입력 : 2018-08-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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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리던 자동차에서 갑자기 불이 붙는다.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매우 치명적인 결함이다. 내 가족이 타는 차라면 이런 차를 판매할 수 있을까. 도대체 이 기업은 소비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일까.

    ▼2018년 여름, 한국의 곳곳에서 총 40여 대의 BMW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 BMW는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시정조치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사고 초기에는 운전자의 불법장치 장착 등 관리 잘못으로 몰아가기도 했고 BMW 본사는 중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교통 조건이나 운전 습관 때문에 화재가 났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화재가 날 가능성이 있는 차량에 대해 안전진단을 실시했지만 진단을 받은 차량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다. 리콜이 시작됐지만 일부 차주들은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문제가 된 BMW 520d 차량 가격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한국이 40% 정도 비싸다.

    ▼2016년 9월 미국 캔터키주에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에 불이 붙었다. 해외에서 배터리 발화 제보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즉각 사과하고 전 세계적 판매 중단과 제품 회수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로 약 7조원의 손실을 입었지만, 신속하게 위기에 대처했다. 삼성전자의 대응은 모범적이고 칭찬받을 만하다. 하지만 그래도 궁금증은 남는다. 그렇게 빠른 대응은 미국발 이슈였기 때문일까.

    ▼2015년 8월 인천 송도에서는 이색 이벤트가 열렸다. 현대차 쏘나타 내수용과 수출용 모델이 서로 정면에서 충돌했다. 현대차는 국내고객을 역차별한다는 인식을 종식시키기 위해 이런 충돌 테스트를 벌였다. 오죽하면 이런 이벤트를 벌였을까. 하지만 과거에 내수용보다 수출용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공공연했던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가격도 내수용이 더 비쌌다. 늦게나마 이런 이벤트라도 벌이며 기업이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왜 해외기업들이 우리나라 소비자를 우습게 보아 왔는지에 대한 답도 유추해볼 수 있다. 자기 가족에게 소홀히 해왔는데 남들이 우리 가족을 존중해주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수년 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

    김용훈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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