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7일 (토)
전체메뉴

[기고] 염담허무(恬淡虛無)- 김영근(대한한의사협회 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 기사입력 : 2018-11-07 07:00:00
  •   
  • 메인이미지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인간욕구 5단계는 위로 올라갈수록 채워지지 않는 무엇을 찾아 동경하는 구도로 되어 있다. 이미 충족된 욕구는 인간의 행동을 유발하는 동기 부여의 기능을 갖지 못한다는 논리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우리 주위를 보노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아니하고 부와 명예, 권력, 성공과 출세를 위해 안달이 나 있는 모양새다. 생존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사회적 지위나 명성으로 자아 실현을 충족시키려 한다. 하지만 물질에 대한 집착이 많을수록 생각은 황폐해지고 마음이 공허하게 되어 정신의 빈곤으로 빠져들게 된다. 자기 내면의 진실을 닦을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가슴 한구석이 늘 허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열면 시시각각으로 일어나는 자잘한 일상들도 수시로 확인이 되면서, 자기가 향유하고 있는 것은 당연하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미련과 상대적 박탈감이 상실감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물질만능이나 배금주의로는 공허함을 메울 수가 없다.

    고대 중국 의학서 ‘황제내경 소문’에 염담허무(恬淡虛無)란 말이 나온다. 사람은 본디 착하고 선하게 태어났으나 마음속에 망령이 들어와 가득 가진 것을 알지 못하고, 때에 맞게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마음을 방종하는 데 힘을 쓰고, 더 가지려고 욕심을 부리며 순간적인 쾌락에 힘을 쓰니 생의 참 즐거움, 즉 사랑, 행복, 마음의 평화,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거스른다고 하였다. 그러고 보면 많은 이들이 눈앞의 이익에 눈이 어두워 행복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송대의 서적인 오등회원 세존장의 일화에 ‘방하착(放下着)’이란 내용이 실려 있다. 방하착은 손을 내려 밑에 둔다는 뜻으로 ‘마음속에 있는 번뇌, 갈등, 집착, 원망 등을 비워라’는 무소유를 의미한다. 평소 불편한 감정이나 분노, 증오, 적개심 같은 것이 독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마음을 내려 생각조차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하루살이는 하루만 살기 때문에 한 달을 모르고, 버마재비는 한 달만 살기 때문에 일 년을 못 보듯이 사람의 영생을 알기란 불가사의한 일이다.

    연약한 연작(燕雀)이 어찌 홍곡(鴻鵠)의 마음을 알겠는가. 자신을 안다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자신이 초라하면 주위가 화려해 보이고, 자신이 화려하면 주위가 초라해 보이듯이 남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자신감을 기르는 요체다. 교만이 많으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고, 밖으로 꾸밈이 많을수록 진정성이 왜곡될 소지가 다분하다. 그러니 이 순간이 내 삶에서 가장 아름답다 여기고 여유롭고 활기차게 살다 보면 더 나은 길을 목도(目睹)하지 않을까.

    김영근 (대한한의사협회 시도사무국처장협의회장)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