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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마음 공부- 이상권(정치부 부장)

  • 기사입력 : 2019-0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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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선비의 필독서 중 하나가 ‘심경(心經)’이다. 중국 송나라 진덕수가 유학경전 등에서 심성수양에 관한 격언을 모은 책이다. 순임금이 우왕에게 전한 열여섯 글자를 뿌리로 삼는다. ‘사람의 마음은 항상 위태롭고 도의 마음은 잘 드러나지 않으니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그 중심을 잡아야 한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인간의 마음은 정제되지 않은 욕구와 감정에 흔들린다. 도의 마음은 미약한 만큼 정성을 다해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등 조선의 손꼽히는 대학자들이 마지막으로 천착한 학문의 경지가 마음 공부다. 퇴계는 “평생에 이 책을 믿기를 신명(神明)과 같이 알았고, 이 책을 공경하기를 엄한 아버지같이 한다”며 ‘심경’을 아꼈다. 그는 명나라 정민정이 주석을 단 ‘심경부주’를 새벽마다 독송했다. 조선 최고의 실학자 다산은 18년간 유배생활을 감내하던 고난의 시기에 “그간의 공부를 ‘심경’으로 매듭짓고자 한다”고 했다.

    ▼누구나 삶의 부침이 있다. 인생 굴곡의 연원(淵源)이 본인에게서 비롯했다는 자각에 이르면 마음을 다스리는 데 이끌리기 마련이다. 폐족으로 추락한 다산이 마지막으로 마주한 주제도 마음이다. ‘심경’의 핵심은 신독(愼獨)이다. 혼자 있을 때도 삼가고 단정함을 유지하는 삶의 자세다. 다산은 그 해석의 폭을 넓혔다. 더 많은 번뇌와 성찰,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는 진지함으로 이해했다.

    ▼현대인에게 마음 공부는 언어유희 내지 사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모질게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말이 더 익숙하게 와닿는다. 자신을 지킨다는 명분을 앞세워 마음의 문을 굳게 닫는다. 실리는 챙길지 모르지만, 내면의 결은 거칠고 조악하다. 쉽게 분노하고 냉소하는 세태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다. 바른 마음(正心) 가짐이 우선이다. 인간의 마음은 늘 휘청거리니 그 중심을 단단히 붙잡아야 한다.

    이상권 정치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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