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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한반도 평화의 봄은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9-04-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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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19 남북공동선언의 합의로 열린 DMZ가 일반인에게 개방된다고 한다. 모든 구역이 개방된 것이 아니지만 올해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바와 같이 비무장지대가 국민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분단 70여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 평화와 개방의 상징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활용에 있어 독일의 ‘그뤼네스 반트’ 사례는 한국에도 이미 잘 소개돼 있다. 먼저 온 통일로서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영감과 교훈을 준다. 독일은 통일 직전과 직후부터 국경개방에 대비해 동서독의 환경운동가들이 국경지역을 어떻게 보존해 후대에게 물려줄지에 대해 심도 있게 토론했다. 환경이나 인권운동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는 환경단체들이 중심으로 동서독 국경을 보존하는 문제에 대해 팔을 걷고 나섰다. 통일과 함께 진행된 이러한 환경보호 운동이 없었더라면 과거 동서독 국경지역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번에 열린 DMZ 평화안보 체험길도 궁극적으로는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방안과 연계되고 국민들의 평화 요구와 환경보호 등 다른 가치들이 잘 조화돼야 할 것이다. 특히 아직 완전한 분단 해소를 경험하지 않은 우리로서는 안전문제도 고려해야 하며, 향후 비무장지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남북 간 진지한 협의를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해 독일의 한 통일인사는 자신들의 그뤼네스 반트에 비해 우리의 비무장지대의 상징적 가치는 훨씬 더 광범위하다고 귀띔해 줬다. 독일은 동서독 장벽이 건설된 지 30년 만에 통일을 했지만 한국의 분단은 70년이 넘어섰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환경과 생태적 측면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비무장지대는 지금 우리에게는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지만, 앞으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는 평화와 번영의 산 교육장이 될 것이다.

    이처럼 한반도에는 지난해부터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년 만에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역사적으로도 상상할 수 없었던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있었다. 물론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종료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그러나 내주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고, 비핵화 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들이 다시 전개되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간 서로가 원하는 것이 분명해진 만큼 이를 절충하기 위한 우리의 중재노력이 다시 가동돼야 할 것이다.

    이제 곧 1주년을 맞는 4·27 판문점 선언에 따른 남북 간 합의사항의 이행도 다시 탄력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지난 남북관계사에서 북핵문제와 남북관계는 늘 서로 영향을 받았다. 비핵화 협상이 더디면 남북관계도 더디었지만 그런 국면에서도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 또한 전개되었다. 남북관계의 자율성 확보는 지금 국제사회가 취하고 있는 대북제재의 틀을 훼손하기 위함이 아니다. 국제사회의 규범은 준수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한 연결 고리들이 있어야 남북관계에서 우리의 레버리지가 확보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자주 보고 소통한 사람들끼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해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와 과정들을 인정하지 않은 시도도 있다.

    며칠 전 “한미동맹 공조의 틈을 벌리고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되돌리고 남북미의 대화 노력 자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은 그런 점에서 이해할 만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비무장지대 평화 안보체험길의 기회를 우선 줬으면 한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변화를 폄하하고 사회의 갈등을 부추기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시도는 무책임하다. 틀린 것이 있으면 건설적으로 비판을 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비판을 위한 비판, 맹목적인 비판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꽃샘추위도 있는 봄이지만 추운 겨울을 지난 봄이 왔는데 봄을 맞이해야 하지 않겠는가.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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