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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구-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19-05-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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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16 쿠데타로 설치된 국가재건최고회의는 1963년 국회의원 선거법을 제정했다. ‘지연·혈연의 폐를 방지하기 위해 소선거구에 다수대표제와 전국선거구에 비례대표제를 병용한다’고 명시했다. 오늘날 비례대표인 전국구(全國區)를 처음 도입한 것이다. 취지는 그럴싸했다. 직능분야 전문가와 소외계층인 여성·장애인 등의 참여를 증진한다는 명목이다. 현재 국회 구성의 틀을 만든 13대 총선 때는 전체 의원 299명 가운데 4분의 1 수준인 75명이 비례대표였다.

    ▼과거사가 됐지만, 전국구는 도입 취지와 달리 파행 운용됐다. 말 그대로 돈 전(錢)자 ‘전(錢)국구’로 당 실력자들의 정치자금 모금창구라는 오명을 썼다. 전문성도 직능별 대표성도 말뿐이었다. 당 총재가 ‘엿장수 마음대로’ 결정했다. 일부는 뒷돈을 얼마나 대느냐에 따라 순번이 정해졌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관리할 지역구도 없으면서 후원회와 출판기념회를 열어 주머니를 채운 이도 적지 않았다.

    ▼정치권은 선거법 개정을 놓고 ‘동물국회’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도 악다구니다. 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 의석을 할당하자는 게 요지다. 직능 전문가 영입 등 비례대표 본래 취지는 거론조차 안 한다. 개정안이 통과하면 47명인 비례대표는 75명으로 늘어난다. 지역구 의석을 줄여야 하니 이젠 의원 총수를 늘리자고 한다. 기득권은 유지하면서 숫자만 늘리는 데 동의할 국민은 없다. 지방의회 수준으로 세비를 깎고 보좌진을 줄이는 등 특권을 내려놓고 증원을 논해야 한다.

    ▼정치는 바름(政者正也)이다. 정치의 목적은 선을 실천하기 쉽고, 악을 행하기 어려운 사회를 만드는 데 있다. 그런데도 툭하면 ‘제 밥그릇 챙기기’ 아귀다툼이다. 12일은 부처님오신날이다. 석가는 마지막 설법으로 ‘자등명 법등명(自燈明 法燈明)’을 남겼다. 남이 아닌 자신과 진리를 등불로 삼고 의지하라는 뜻이다. 국민에 의지하면서도 군림하는 궁리만 하는 위정자들이 자성하며 새겨야 할 경책이다.

    이상권 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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