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09월 19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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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흉악범 변호와 변호사 윤리

오근영 (변호사)

  • 기사입력 : 2019-08-21 20: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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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유정이 제주도에서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잔인하게 유기한 혐의에 대하여 재판이 시작됐다.

    7월 초 5명의 변호사가 고유정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제출했지만, 불과 3~4일 만에 호화 변호인단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자 전부 사임계를 제출했고, 이후 국선변호인이 선임되었다.

    그런데 사임했던 5명의 변호사 중 한 명인 판사 출신 변호인이 다시 선임계를 제출하였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다시 사임 의사를 밝혔다.

    그는 소속 법무법인 내부 단톡방을 통해 “억울한 죄인(고유정)을 후배의 소개로 만나 차비 외 별 비용 없이 소신껏 도우려 했다”며 “가족 중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분이 계셔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고 사건 포기 의사를 밝혔다.

    현재는 위 판사 출신 변호사가 고용한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변호인이 단독으로 고유정을 변호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변호인이 무죄추정원칙을 강조하면서, 사건에 안타까운 진실이 있으며, 재판에 대한 방해 행위나 명예훼손 등 불법적인 행위에는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고 글을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 이런 흉악범 사건은 많은 변호인이 수임을 포기한다. ‘어금니 아빠’로 불렸던 이영학 사건에서도 한 변호사가 무료 변호를 자처했다가 비난 여론에 얼마 뒤 사임했다.

    보통 사건을 맡더라도 변호인의 사무실로 전화가 많이 와서 다른 변호사들의 업무까지 차질을 주기 때문에 개인사무실을 개업하여 진행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해당 변호인은 다른 사건을 맡는 것도 힘들어진다.

    피고인 고유정을 변호하기로 했던 변호사가 비난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하자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어떤 흉악범이라도 헌법상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또한 변호사 윤리장전 제16조에도 ‘변호사는 의뢰인이나 사건의 내용이 사회 일반으로부터 비난을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수임을 거절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변호사는 모든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까지도 변론을 하는 것이고, 그것이 변호인의 역할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변호인이 돈을 보고 혹은 명성을 얻으려고’ 흉악범의 편에 서서 변호를 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

    그러나 변호사가 흉악범을 변호한다고 하여 꼭 그의 편에 서서 진실에 반하는 내용을 주장하는 것만은 아니다. 변호사법 제24조 제2항에는 ‘변호사는 그 직무를 수행할 때 진실을 은폐하거나 거짓 진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흔히 ‘변호사의 진실의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의뢰인들에게 수집된 증거들을 보여주거나 법리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면서 자백을 하도록 설득하는 경우도 꽤 많다.

    범죄자로 의심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혐의에 대하여 유죄로 확정이 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하에 모든 절차는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며, 그래서 흉악범일지라도 변호인은 필요하다.

    물론 고유정 재판의 경우, 고인은 사망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고유정의 주장으로 인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고 비난도 거센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재판 과정에서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고 사건의 진실이 밝혀져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재판결과가 나오기를 바란다.

    오근영(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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