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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2019 불매운동-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19-08-29 20:4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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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7년 11월 우리나라가 심각한 외환 위기를 맞았다며 IMF에 지원을 요청했다. 국민들은 달러가 없어 나라가 부도 위기란 소식에 충격을 받고 자발적으로 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국민들이 내놓은 금을 외환과 바꾸는 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것이다. 장롱 깊숙이 넣어둔 금붙이들이 하나둘 모여 순식간에 적지 않은 외환을 확보할 수 있었다. 어려운 위기를 넘겼다는 안도감과 국민의 단결된 힘으로 위기를 극복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달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의 반발로 시작된 불매운동이 식지 않고 열기를 더해 가고 있다.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1위를 차지했던 일본 맥주의 매출이 90% 급감했다. ‘일본 여행 가지 않기’ 여파로 일본 규슈 지방의 사가현 지사가 “한국 항공편 감소로 현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불매운동이 곧 식을 것’이라던 유니클로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서울 월계점 매장을 닫게 됐다.

    ▼이번 불매운동은 과거와 확연한 차이점을 보인다. 화형식 같은 시민단체 주도의 폭력적 퍼포먼스 대신 SNS를 이용하는 네티즌 중심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불매를 인증하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소비자의 불매(不買)뿐만 아니라 판매자의 불매(不賣)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식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등 문화자정 노력도 함께한다. 어느 때보다 불매운동의 규모가 크고 꾸준한 데다 성숙도와 자발성도 높아졌다.

    ▼지난 28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결국 강행하면서 불매운동도 장기화될 조짐이다. 일각에선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며 ‘불매운동 무용론’을 말한다. 그러나 불매운동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는 개개인의 분노가 생각을 넘어 자발적인 행동으로까지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오롯이 국민의 의지와 선택에 의한 것이며 국민의 선한 의지라면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돼있다. “독립운동은 못 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 우리의 위기 극복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강희정(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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