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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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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까이 하기엔 무서운 아이들 -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19-11-03 21: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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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새벽 5시 무렵이면 습관적으로 저절로 눈이 뜨인다. 오늘도 사우나 가방을 챙겨 동네 편의점 앞 벤치 앞을 지나는데, 학생 대여섯 명이 이른 새벽까지 맥주 파티를 하면서, 담배를 꼬나물고, 연기를 뿜어대고 있길래, “학생들! 이 맑은 공기에 담배 연기를 좀 자제했으면 좋겠네~”하고 한마디 했더니, 그중 한 명이 “아저씨가 뭔데 간섭을 해요!?”하길래, 내심은 꾹 참고 부드럽게 “집에 가서 밥 먹고 학교가야지~”하고 타일렀더니 “별 간섭 다한다!”면서 담뱃불을 발로 비벼 끄는 것을 보고, 더 어정거리다가는 낭패를 당하겠다는 생각에 줄행랑치듯이 빠져나오면서, 세상 탓도 해보고 나 자신의 비굴함을 되씹어 보았다.

    40년 넘게 교직에 몸담고 있다가 퇴직한지 십 수 년이 지나 이젠 망팔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손주같은 어린학생들을 보면 생기가 돋는 것 같고,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를 때가 많다. 혹시나 어린학생들이 놀이터에서 위험한 놀이를 하는 것을 보면 다칠까봐 걱정스럽고, 조잘거리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볼이라도 한번 만져주면 “할아버지가 왜 내 몸에 손대요?”하고 두 눈 부릅뜨는 무서운 세상에 온갖 생각이 든다. 청소년들의 비행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타일러 주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 하는 말이 “접장은 할 수 없어. 그냥 지나치면 될 텐데, 타일러 자네 자식이 될 거냐?”고 비아냥거리는 이들도 있다.

    근간에 청소년들의 범죄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부모마저 살해하는가 하면, 스승을 폭행하며 고소·고발도 예사롭게 한다. 일부 청소년들은 생리적 욕구나 사회적 욕구에서 빚어진 불만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인간적, 반도덕적 수법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특히 즉흥적이고 단순한 청소년 범죄가 많은 것 같다. 이는 부모의 권위가 없어지고, 충동적으로 흐르는 자녀들의 성향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또 인성교육의 부족함과 모든 것을 수요자 중심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교육의 시류에도 문제가 있다. 부모들의 과보호 그늘에서 욕망이나 충동을 억제 못하는 가정교육에도 큰 문제가 있으며, 그런 부모 슬하에서 자란 청소년 세대들은 충동이나 욕구를 이성적으로 제재할 능력이 부족한데다, 무슨 일이건 응분의 과정이나 노력을 겪지 않고, 결과나 소득만을 얻으려고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려는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자기중심적이고 충동적이거나 단략적인 요소를 용납하지 않는 넓은 사회라는 카테고리 속에 뛰어들면 온통 좌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 좌절에 대한 반응으로 공격, 반항, 퇴행 등을 거듭하다가, 결국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무서운 아이들이 많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자녀교육을 두고 ‘현대(現代)’라는 개념에 많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자녀들의 요구나 욕구를 거름장치 없이 가급적 들어 주는 것이 현대적 교육, 현대적 양육이라고 여기는 이상한 풍조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이런 풍조를 부모나 교육자도 냉철한 지성으로 판단해,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단계적으로 바른 인성을 심어줘, ‘가까이 하기엔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라 ‘가까이 하면 할수록 더 가까워지는 인간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허만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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