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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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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직장 내 괴롭힘’ 폭발한 창원경상대병원

  • 기사입력 : 2020-01-07 20: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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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보를 데려와도 이런 기본적인 것은 알겠다”, “정도껏 멍청해라”, “내가 너 그만 두게 하겠다.” 이 같은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도대체 요즘 시대에 어디에서 일어나는 일이냐?” “TV드라마 얘기냐?”고 따지듯 묻는다. 창원경상대병원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이다. 일부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일삼는 폭언·폭행 등이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 이 병원 A의사는 환자와 보호자 앞에서 폭언을 하고, 등이나 팔뚝을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 간호사가 받은 모욕감과 치욕은 평생 상처로 남을 것이다. B의사는 간호사에게 폭언을 퍼부으며 정강이를 차기도 했다. 놀라운 것은 이 병원에서는 지난 2016년 개원 때부터 지금까지 이 같은 횡포들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작년 7월16일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이 병원에서는 철저히 무시되고 있는 셈이다.

    B의사의 경우 술자리에서 간호사의 볼에 입을 맞추는 등 성희롱으로 3개월 정직처분을 받았는데도 돌아와서 변한 것이 없다고 간호사들은 말했다. 이를 참다 못한 이 병원 간호사 3명은 사직서를 냈으며, 간호사 27명은 6·7일 두 의사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진정서가 아니라 고소를 해야 한다”, “관계당국에서 곧바로 철저한 조사를 벌여 문제 의사들을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등 강도 높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우월의식만 깊게 뿌리 박힌 의사들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게 문제다. 서울과 지방 소재 종합병원의 큰 차이 중 하나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다. 서울 소재 종합병원의 경우 의사와 간호사는 종속관계가 아니라 업무 파트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평등문화는 대세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병원에서의 돈독한 파트너십은 벤치마킹 대상이다. 어느 조직이든 상하 관계가 있지만 파트너십을 발휘하지 않고 A, B 의사처럼 행패를 부린다면 그 조직은 이미 불행하며, 망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고용노동부는 철저한 진상조사를 통해 관련자와 책임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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