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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19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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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치인의 정년-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1-29 20:3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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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연말에 여섯 달 동안의 시련 끝에 ‘패스트트랙’으로 국회를 통과한 3법 중 선거법이 개정되어, 다가오는 21대 총선부터 45만 명의 고3학생들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다. 세계의 추세가 투표권이 하향되어 OECD 국가들 대부분이 18세이며, 남미에는 16세까지도 투표권이 있는 나라도 있다. 어느 익살스런 친구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투표권을 18세로 하향했으면, 통 크게 의원 자신들의 정년도 하향 입법화하면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텐데 하고 익살을 부린다. 친구의 말을 그냥 지나가는 말처럼 흘렸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예사로 넘겨서는 안 될 것 같았다. 의원을 대물림하는가 하면, 국회를 봉사는커녕 삶의 터전으로 삼으려고 하는 의원들도 많은 것 같다. 요즘은 스님도 자기 머리카락을 자기 손으로 자른다고 하는데, 국회의원들도 자기들 정년을 입법하면 모든 국민들의 호응을 얻을 텐데 하고 능청을 뜬다.

    정치 풍토를 개선하고, 젊고 똑똑한 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라도 정치인들의 연령이 젊어지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인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는 20대 국회의원은 물론 30대 총리와 대통령이 나오는가 하면, 40대 총리, 대통령도 흔히 탄생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세대교체론과 아울러 젊은 정치인들이 벌써 몇십 년 전 3김(金) 시대에 20대 국회의원이 탄생하기도 했는데, 우리 정치의 변화 속도가 아주 느린 것 같고 오히려 후퇴하는 느낌이다. 현재 돌아가는 판세로 보아 21대 총선에서는 20대 의원이 탄생할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젠 국민들의 사고 패턴을 바꿔 젊고 활기찬 정치판을 만들기 위해서 세대교체와 남녀평등의 조합을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시대적 흐름인 것 같다.

    국내 굴지의 재벌 기업도 자연스레 2, 3세대에게 대물림을 하는가 하면, 관료사회에서도 후배기수가 상위직에 오르면 선배는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워주는 불문율이 어쩌면 보기도 좋아 보이고 옳은 것 같다. 그런데 유독 정치계에서는 말로는 정치개혁 또는 정치의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서로간의 상관관계 또는 정치인 특유의 유아독존 사고가 너무나 뿌리 깊게 박혀 있어, 현실적으로 볼 때 정치인의 정년제를 제도화하기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 같다. 차라리 통 큰 혁신정당에서 조직 내의 다양한 의견 수렴을 통해 당헌 당규에 의원들의 정년을 명문화하면 유권자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을 것이다.

    지금 우리의 정치판은 마치 파시(波市)와 같은 분위기 같다. 얼마 남지 않은 20대 국회의 파장과 21대 국회맞이 이전투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오염된 물은 갈지 않고 물고기만 바꿔서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물갈이론과, 벌써 근거 없는 살생부가 난무하는가 하면, 컷오프의 비율이 매일 달라지는 것을 보고, 정치인들의 속마음은 좌불안석일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정권 하에서도 혁신의 필요성을 부르짖고 있다. 그러나 경험과 경륜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정년론의 양비론에 어느 한쪽을 옳다고 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어쨌든 옛말에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는 말과 나이 들면 쓸데없는 노탐(老貪)을 버리고 국가와 후진을 위해 정치인 본인들의 사고의 혁신과 통 큰 결단, 유권자들의 현명한 투표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줄이는 것이 해결방법인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벌써 후진을 위해 불출마 선언을 한 의원님들이 시대의 영웅이며 애국자인 것 같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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