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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공천(公薦)-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0-02-25 20:2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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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신양명(立身揚名)이 부모를 빛나게 하는 효의 완성(以顯父母 孝之終也)이란 유교 사상의 뿌리는 깊다. 유전적으로 대물림한 권력 의지는 출세 지향의 삶을 향한 질주로 표출된다. 예고된 결말에도 부나방처럼 권력의 불구덩이로 달려들기 일쑤다. 내재한 권력욕은 종국엔 교만으로 변질한다. 과시욕에 덩실거리고 추앙과 복종을 강요하는 채찍을 휘두른다. 다산 선생은 벼슬살이는 마땅히 버릴 기(棄)자를 벽에 써 붙이고 아침저녁으로 눈여겨봐야 한다고 했다. 언제든지 자리를 박찰 수 있는 마음가짐으로 권력을 쥐어야 한다는 의미다.

    ▼시대를 불문하고 권력욕에 눈먼 이를 멀리하는 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위정자가 어떤 참모진을 기용하느냐에 따라 국민의 삶과 나라의 명운이 갈린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훌륭한 인물을 천거하는 일은 그만큼 중요한 덕목이다. 공천(公薦)은 공적으로 받들어 천거한다는 의미다. 공익을 위해 일할 인재를 공정하게 추천한다는 말로 굳어졌다. 여기에는 사심 없이 추천한다는 뜻도 담겼다.

    ▼4월 총선에 나설 후보를 고르는 여야 정당의 공천 작업이 한창이다. 겉은 그럴싸해 보이지만 속은 보잘것없는 소위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일차 선별이다. 다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벽할 수는 없다. 친소관계에 따른 사심이 개입될 소지는 다분하다. 정파의 이해관계도 고려 대상이다. 언제나 그랬듯 ‘공천’이란 이름을 내걸었지만 ‘전략’이니 뭐니, 군더더기가 붙으면 본질을 흐리기 마련이다.

    ▼공천 난관을 지나 국민의 선택을 받았다고 우쭐하는 건 순간이다. 선거는 최선도 차선도 아닌 최악을 피하기 위한 차악의 선택에 불과하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민심은 변덕스럽다. 당선은 곧 언제든지 떠날 수 있음을 기약하는 시작에 불과하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벚꽃이 하염없이 흩뿌리는 4월 어느 날, 이 시구가 사무치게 가슴에 와 닿을 날이 있을 테니.

    이상권(정치부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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