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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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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문 예찬(新聞 禮讚)-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4-01 20:2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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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5시경이면 알람이 없는데도 눈이 뜨인다. 적막 같은 새벽시간에 아파트 문 앞에 사르르 하면서 신문 닿는 소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20년 가까이 새벽에 신문의 기다림이 이젠 생활화 되었다. 신문이 없는 날이면 신문의 잉크 냄새가 더욱 그리워진다. 필자는 신문을 통해 좋은 기사나 칼럼을 골라 스크랩을 하면서, 인생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며 망팔(望八)을 살아오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종이신문의 위기라고도 한다. 그냥 편리한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세상사를 대충 본다고 한다. 종이신문이든 인터넷이든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9년 언론 수요자 조사에 의하면 신문 기사를 접하는 구독률이 전년보다 2.6% 올랐다는데, 진실인지 고개가 갸우뚱거려 진다. 꼰대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신문을 읽지 않는 사람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재미로 살까하고 걱정 아닌 걱정을 할 때도 있다. 흔히들 종이 신문을 올드 미디어라고 하는데 요즘은 정보의 신속성 때문에 뉴미디어 쪽에 많이 밀리는 것 같다.

    전국에 110개가 넘는 일간지가 그들 나름대로 역할을 다하고 있다지만, 흔히들 말하기로 3개의 일간지 외는 신문이 다 죽어 간다고 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200만부가 넘는 부수가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고, 그래도 신문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1000부 겨우 넘는 일간지도 있다고 하니, 과히 그런 표현도 짐작이 간다. 중앙지 한 달 구독료의 절반 값에 샌드위치 한부 끼우고, 그것도 모자라 상품권마저 덤으로 주며 구독을 권하는 세상이 되다보니, 그런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다.

    요즘은 오죽했으면 중앙지든 지방지든 신문인가, 전단지인가 구분 못할 정도로 광고가 너무 많아 짜증스러울 때가 많다. 지방지면 몰라도 3대 중앙지도 3, 4면 정도의 전면광고가 예사롭다. 거기에 전단지까지 끼워주니 분리 수거날에는 온통 신문이 판을 친다. 나라 경제가 어렵다보니 신문사라고 해서 무슨 힘으로 버틸까하고 경영의 여러 가지 어려움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지금까지 신문은 국가의 4부라는 긍지로 온갖 규제와 난관에도 자존심 하나만으로 살아 왔는데, 요즘은 신문의 사명인 직언정론(直言正論)이라는 것도 많이 흐릿해진 것 같다. 신문은 온갖 뉴스꺼리를 찾기 위해 기자들의 땀과 독자, 전문위원들의 노력이 집적된 하나의 예술품과 같다. 글의 논리와 문장의 수려함은 그 어떤 사실보다 뛰어나고, 기사 하나 하나에 정성이 담긴 흔적이 엿보인다. 잊혀져가는 명언이나 기똥찬 이야기들을 귀신같이 찾아 엄청난 지식과 다양한 경험들을 글과 문장으로 나타내어, 독자들은 쉽게 접할 수 있어 또 다른 행복감을 느낄 때도 많다. 이러한 종이 신문이 죽어가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한 달 구독료가 얼마나 된다고…. 식사 한 끼에 소주 한 병 값이면….

    굳이 비유한다면 신문과 독자의 관계는 물과 물고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물을 잃은 물고기가 맞는 신세와 마찬가지로, 독자로부터 소외당하는 신문은 그 존재의 가치를 상실한 것과 같다. 사라져가는 종이 신문의 가치를 경제적으로만 따지지 말고, 좀 어렵더라도 독자들에게 알 권리를 성실히 봉사함으로서 얻어지며, 이와 함께 정론과 여론을 충실히 대변함이 진정한 종이 신문의 살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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