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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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마스크 사재기와 도시락 나눔-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20-04-01 20: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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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가 ‘죽음’과 ‘경기 침체’ 두 가지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전파 속도가 빨라도 치명률이 낮으므로 기저질환이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죽음보다는 경제에 대한 공포가 더 큰 것 같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자리 2천5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보다 훨씬 큰 규모다.

    이렇게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호황을 누리는 업종들이 있다. 마스크, 세정제, 청소, 방역 그리고 택배, 배달업과 인터넷 쇼핑몰 등이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필요한 용품 판매, 서비스 업종이거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하면서 발생한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다.

    그런데 이런 재난 중에도 비정상적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그것은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대량으로 사재기한 후에 평소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파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바이러스 전파를 줄이는데 꼭 필요한 마스크 사재기를 통해 돈을 번다.

    정부는 지난 3월 22일 기준으로 유통질서를 문란하게 한 업자 444명을 단속하였고 마스크1274만장을 적발했다. 사재기는 공급의 왜곡을 통해 폭리를 취하는 행위이므로 계속 단속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시장의 자본기업들에게 있어서 이와 같이 공급을 조절하면서 돈을 버는 일은 종종 있는 방식이다.

    특히 국민들이 큰 고통을 받는 전쟁, 재난 또는 경제 위기 때에 흔히 일어난다. 매점매석의 규모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국민들의 공분에 따라 불법과 합법의 경계가 갈라질 뿐이다.

    이런 나쁜 돈벌이가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반대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좀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내려고 직접 만들고 중단된 무료급식으로 피해 보는 취약계층에게 도시락을 보내는 일이다. 더구나 이런 일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원봉사이거나 적은 대가를 받는다. 그리고 참여하는 그룹을 보면 일반 시민들 외에 그래도 넉넉한 대기업, 중견기업들의 사회책임(CSR) 등이 중심이다.

    한편 넉넉하지 않은 경제 사정 중에도 이런 활동을 꾸준히 하는 기업들이 있다. 생활협동조합(생협),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의 사회적경제기업들이다. 통계를 내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이런 활동에 참여하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비율은 일반 자본 기업에 비해 훨씬 크다.

    왜 그럴까? 세 가지의 이유가 있다. 첫째, 사업을 하는 목적이 이윤 추구가 아니라 구성원의 공통된 목적을 위하거나 취약계층의 일자리, 사회서비스 제공, 지역사회 공익 기여 등이기 때문이다. 즉, 자본기업과 사업을 하는 현상은 같지만 ‘사업을 왜 하느냐?’하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둘째, 사회적경제기업들은 대면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자본기업은 투자자가 노동자나 소비자를 만날 일이 없다. 하지만 사회적경제기업들은 다르다. 출자자, 노동자, 소비자 등 모두가 외부에 있지 않고 같은 지역사회에 있고 만난다. 그러므로 이런 대면 관계는 이웃의 어려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한다.

    셋째, 이런 활동을 하는 DNA가 있기 때문이다. 생협들은 과거 전쟁 시기에 폭리를 취하는 자본과 달리 생필품을 저렴하게 공급했다. 특히 일본 생협은 1995년 한신대지진, 2011년 후쿠시마 쓰나미 때에도 저렴한 생필품을 공급했고 인도네시아 신협은 2004년 쓰나미 이후 지역 사회 재건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자본기업과 사회적경제기업은 사업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같게 보이지만 그 본질이 다르기 때문에 ‘코로나의 위기’와 같은 국민적 재난이 ‘마스크 사재기를 통해 떼돈을 버는 기회’가 아니라 ‘도시락 나눔으로 시민과 함께 하는 시간’이 되는 것이다.

    정원각(경남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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