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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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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백의의 천사(?), 아니 전사- 정오복(선임기자)

  • 기사입력 : 2020-04-12 20: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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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의 희생을 상징하는 한 장의 흑백사진이 큰 울림이 됐다. 이탈리아 북부의 한 병원에서 일하던 한 간호사가 근무교대 후 책상에 엎드려 잠시 눈을 붙인 모습을 동료가 찍어 SNS에서 올려 화제가 됐다. 이 간호사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안타까움을 더했는데, 국내에서도 마산의료원 간호사를 비롯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던 간호사들이 잇따라 확진되면서 의료진의 휴식방안 마련이 시급해졌다.

    ▼국내 한 언론사는 지난 3월 초 ‘코로나 감염을 우려한 간호사들이 코로나 병동 근무를 거부했다’며 한 병원 간호사 16명이 무책임하게 집단 사직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병원이나 간호사 누구에게도 전화 한 통조차 않고 쓴 가짜뉴스였다. 이들은 임신·육아·건강상 등의 이유로 이미 2월 초·중순 사직키로 했으나, 코로나19 발병으로 2월 말까지 연장 근무를 했다. 정부나 보건당국을 비난하려 했던 언론사는 취재원칙이나 보도윤리는 아랑곳 않고 애꿎은 간호사만 희생물로 삼았다.

    ▼대형병원에 취업한 간호사가 3개월을 버티면 '100일 잔치'를 열어줄 정도로 이직률이 높다. 최근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보면, 간호사 1명이 1주일간 돌본 평균 환자 수는 상급종합병원 57.93명, 종합병원 67.16명, 병원 79.93명 등으로 나타났다. 또 이직의 주요 원인인 3교대 근무 비율이 상급종합병원 69.65%, 종합병원 59.09%, 병원 47.94%나 됐다. 이렇다 보니 이직 의향을 묻는 질문에 종합병원 35%, 상급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은 29%씩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외과 환자의 경우 간호인력 수준에 따라 사망률은 40% 정도 차이 난다. 간호사는 어리고 착한 여성이 아닌, 전문성과 사명감을 갖춘 의료인이다. ‘백의의 천사’라는 전근대적인 이미지로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고, 부당한 노동력을 착취하는 대상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충분히 확인했듯이, 간호사들은 의료현장 최일선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백의의 전사(戰士)’다.

    정오복(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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