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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가지 많은 나무가 된 여당- 허승도(논설실장)

  • 기사입력 : 2020-05-06 20: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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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지난 4·15 총선을 통해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최근 당내 상황을 적확하게 표현한 속담이다. 총선 승리를 만끽하기도 전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나뭇가지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양정숙 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이다. 당에서는 가지치기를 위해 신속하게 이들을 제명했으나 나무가 계속 흔들리고 있는 모양새다. 오 전 시장의 성추행과 양 당선인의 부동산실명제 위반 의혹이 공개된 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오 전 시장은 시장에서 물러나고 제명됐지만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지방경찰청이 오 전 시장의 강제추행 사건을 수사 중인데다가 시민단체에서 또다른 성추행 사건을 고발해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 일주일 전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는데 선거가 끝난 뒤 시장직을 사퇴했다는 점에서 후폭풍의 예상진로를 가늠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시장 집무실에서 여성공무원을 강제추행한 사건을 되짚어 보면 의혹이 가는 것들이 많다. 성추행은 선거 전에 발생했는데 공증까지 하면서 사퇴시기를 총선이후로 늦춘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사실이 선거 전에 폭로됐다면 그 영향력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피해자가 성추행을 상담하고 오 시장의 사퇴를 공증하는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의 면면을 보면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래통합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부산성폭력상담소장은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공증을 한 법무법인 대표변호사가 오거돈 캠프에서 인재영입위원장을 한 친여 성향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어 ‘총선 전 비공개를 유도했을 것이다’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성폭력상담소의 대응 방식도 기존 관행과는 달라 오해를 살만하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 공천여부도 쟁점이 되고 있어 오 전 시장 성추행사건이 몰고 올 파장은 예측할 수 없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하여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는데도 김두관 의원 등이 벌써부터 공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 문제는 정치권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함께 양 당선인의 부동산 관련 의혹을 총선 전에는 묻어두었다가 선거가 끝난 후 제명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부동산실명제 위반 보도가 4월 8일 있었는데도 선거운동기간에는 당에서 이 문제를 언급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선인으로 확정된 뒤에야 뒤늦게 자진사퇴를 요구한 것은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 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시민당에서 부실검증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양 당선인이 의원직 자진사퇴를 거부하며 재심신청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과 시민당이 6일 재산의 축소신고 등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정당의 공직자추천업무 방해,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점에서 그렇다. 양 당선인이 의원직을 상실하도록 하여 시민당에서 비례대표를 승계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이다. 양 당선인이 의원직을 상실하더라도 승계를 포기하는 것이 부실검증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자세다.

    가지치기를 잘못하면 상처난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나무를 썩게 한다. 오 전시장과 양 당선인의 제명만으로 가지치기가 끝난 것이 아니다. 부산시장 공천과 비례대표 승계까지 가지치기를 제대로 해야 후폭풍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허승도(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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