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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명예퇴직의 소고-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5-12 20: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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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 만 복 경남교육삼락회장

    올해도 예년과 같이 스승의 날은 다가 왔지만 그렇게 반갑지가 않다. 해가 갈수록 선생님들이 교단을 박차고 나가는 이직률이 높아지고, 사기가 저하된다는 기사를 보면 만감이 오간다. 교직은 몇 년 전만 해도 직업군 선호도 조사에서 상위 그룹이었는데, 올 2월 말에 교직을 떠난 명퇴자가 6698명이나 되어 작년보다 11% 증가하고, 5년 전보다는 50% 정도 증가한 통계다. 교직을 정년까지 다하지 못하고 중간에 명예퇴직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인권만 강조하고, 선생님들의 교권은 고사하고 인권마저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이름은 거창하게 명예퇴직이라고 하지만, 정년 잔여기간의 보상과 얼마 안 되는 위로금이 고작이다. 이런 교직을 천직(賤職)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다. 교사의 훈육이 아동학대로 고발되는 상황에서 상·벌점제까지 폐지하고, 학생의 지도권마저 위축되고 학생의 학습권 보호를 위한 효과적인 지도 수단과 방법, 매뉴얼을 바르게 제시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년 한국교총의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서 명퇴가 증가하는 큰 이유는 학생 생활지도 붕괴 및 학부모 등의 민원이 89.4%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이 교육계에 대한 불신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대구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수업 중에 엎드려 자는 자신을 깨우고 꾸중을 한다고 여선생님에게 무차별 폭행을 하여 코뼈가 부러지는 사건이 큰 충격을 주었다.

    교권 추락과 학생 생활지도 문제로 사기가 저하된 선생님들을 따뜻하게 보듬어 주어야 할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교육을 경제논리로 선생님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 적이 있다. 한때는 원로교사 한 명을 퇴출시키면 젊은 교원 2,3명을 취업시킬 수 있다는 논리로, 20여 년 전에는 정년을 갑자기 3년을 단축하여. 15년 넘게 일선 교육현장을 대혼란에 빠뜨리더니, 코로나19 때문에 석 달가량 휴업을 했다고 교직사회를 甲과 乙의 논리로 “학교에는 일을 안 해도 월급을 받는 그룹이 있다”는 등 자존심 상하는 내용의 글을 썼다가 선생님들의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신학기 3월에 제자들을 반갑게 만나 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데, 생각하지도 않은 코로나19 때문에 석 달간 휴업을 하였다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은 등교를 해서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살을 부대끼며 꿈과 희망을 심어 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갑자기 나타난 감염병 때문에 처음 겪는 어설픈 온라인 수업을 해결하기 위해 밤잠을 설쳐가며 자료 준비와 교재연구로 갖은 연수와 연구를 하며, 등교수업할 때보다 더 고생하는 선생님들의 심정은 모르고, 격려와 칭찬은 못하더라도, 교직에 대한 회의감과 명예퇴직의 빌미를 더 가중시키는 언행이나 선생님의 사기(士氣)가 떨어지는 말씀은 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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