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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인걸도 산천도 간데없는 세상- 이종훈(정치팀장)

  • 기사입력 : 2020-07-16 2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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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산 무학산 학봉에 올라서면 마산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시원한 전망이 기대가 되지만 64만㎡ 규모의 인공섬이 앞을 가로막는다. 마산 해양신도시이다. ‘상전벽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모습이다. 상전벽해는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의미에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푸른 마산만은 매립으로 좁아졌고 인공섬이 들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고층 빌딩이 시선을 막아 ‘벽해상전’이 되어 버렸다.

    ▼바다를 매립한 것은 고려시대부터였다. 이 때는 끼니를 잇기 위한 절박함이 있었다. 몽고의 침입을 피해 수도를 강화도로 옮긴 최우 정권이 농경지 확보를 위해서 갯벌을 매립했다. 매립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 강점기 때 활개를 쳤다. 마산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총 24회에 걸쳐 107만㎡(축구장 130개) 규모를 매립했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는 도시 기능을 위한 매립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국토가 좁고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환경을 보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지만 무분별한 매립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 중에 매립을 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매립광풍이 불어 공항과 항구를 만들었고, 공장도 세웠다. 마산자유무역지역도 매립지 위에 만들어졌다. 덕택에 마산은 전국 7대도시라는 명성을 얻을 만큼 공업도시로 이름을 떨쳤다. 하지만 마산만은 죽음의 바다라는 오명을 썼고 무려 40년 만에 수질을 되찾았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고려말 삼은 가운데 한 분인 야은 길재의 시조 ‘오백년도읍지를’에 나오는 시구다. 건설장비가 발달하면서 산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세상. 논밭이 신도시로 변하고,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빌딩은 하늘로 치솟고, 바다는 매립돼 대규모 도시로 개발되는 초스피드 세상에서 야은 선생의 시구는 무색해져 버렸다. 인걸은 벌써 간데없고 산천도 의구하지 않게 됐다.

    이종훈(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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