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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율배반적 사고-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 기사입력 : 2020-07-21 20: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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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TV에 반려동물이 많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개(犬)에 대한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농담을 즐기는 친구가 TV에 개에 대한 프로그램이 많고, 세상도 뒤숭숭하여 얼토당토 안하는 일이 많이 생기니까, ‘세상도 개판 오 분 전’이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개는 1만 5000년전쯤 지구에 출현한 뒤, 기원전 6000년전쯤에 가축화 돼 인간과의 인연이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 때문에 영특하고 충실한 개에 대한 이야기는 수 없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동화에 나오는 ‘프란다스의 개’라든가, 영화 ‘명견 라트’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우리의 뇌리에 사라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개에 대한 설화가 적지 않다. 술에 취해 쓰러져 자는 주인에게 접근해, 산불에서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으로 불을 끄다가 목숨을 잃은 ‘오수의 개’는 옛 초등학교 교과서에 등재될 만큼 너무나 유명하다.

    경북 선산이나 평남 용강의 의구총이나, 충남 부여의 ‘개탑’도 모두 충견을 추모하는 기념물이다. 하지만 개는 의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 못지않게 희로애락을 느끼고 일정한 규범을 가지고 산다고 한다.

    훈련사의 개 훈련 모습을 보면, 인간이상으로 말을 잘 알아듣고 두뇌의 회전력이 너무 좋아 정말 놀랄 정도이며, 특히 TV화면에서 21대 某국회의원의 안내견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며, 경청하는 개의 모습이 우리 인간보다 영특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몇 년 전 해외의 베스트셀러였던 ‘개에 감춰진 삶’이란 책을 보면, 개들은 감정적으로나 지적으로도 생활 전통에 따라 그 나름대로의 삶이 있다고 했다. 같은 개끼리 만난다고 해서 모두가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랑과 결혼의 일정한 절차도 있다고 했다. 그들은 아무 곳이나 마구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130평방 마일 안을 탐색하고, 자기 영역화 해 온갖 것에 대해 오감으로 익힌다고 한다.

    몇 년 전, 진도의 진돗개 한 마리가 대전으로 팔려갔다가, 몇 백리가 넘는 자기가 살던 집을 찾아온 기사도 있다. 우리는 아주 못된 사람을 일러 ‘개 같은 놈’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그런 말은 삼가야 될 것 같다.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경제가 어렵다 보니, 토사구팽(兎死拘烹) 당하여 쉬고 있는 사람이 많은가 하면,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모르지만, 우리와 가깝고 영특하여 애지중지하는 동물을 지나간 초복(初伏)에 진짜 토사구팽을 하여,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탕(湯)집도 많다고 하니, 날씨가 더 무더운 중·말복이 다가오면, 파시(波市)가 될까봐 별걱정도 다해 본다.

    속 다르고 겉 다른 사람들의 애견(愛犬)사랑과 탕(湯)을 즐기는 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인 사고를 알다가도 이해하기 어렵다.

    허만복(경남교육삼락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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