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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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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는 노인일까?- 정연태(정연태이름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20-08-25 20:2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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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미국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선거전이 한창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맞붙는 조 바이든 후보는 1942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는 79세가 된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내년 1월 임기를 시작해서 84세까지 미국 대통령 자리에 있게 된다. 트럼프의 나이도 올해 75세로 80세까지 대통령을 한다는 것이니, 차기 미국대통령은 누가되든 우리가 생각하는 노인인 것이다. 그야말로 ‘노정권(老政權)’이 되는 셈이다.

    노인이라고 왕성한 활동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은행지점장 출신인 Y씨는 정년퇴직하면서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300여 평의 텃밭을 구입했다. 그러고는 눈만 뜨면 달려간다. 300평 가지고 뭘 그렇게 열심히 다니느냐고 물어 보면 ‘거기가 내 직장’이라고 한다.

    중국 송나라 주신중이라는 학자는 ‘인생 오계론’을 주장하고,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다섯 가지의 계획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고 전한다.

    첫번째가 생계(生計)로서 직업에 관한 계획과 준비이다. 두번째 신계(身計)는 건강을 위한 관리와 계획이다. 세번째 가계(家計)는 가정경제를 꾸려나감이다. 네번째인 노계(老計)는 나이가 들어서 무엇을 하다가 갈 것인가? 다섯번째는 사계(死計)로 죽음 이후에 대한 분명하고 바른 계획을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지만 노년시대에 접어든 요즘 사회에서는 네번째 노계(老計)가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보면 Y씨는 일찌감치 이 노계를 해결한 것이니 얼마나 현명한가.

    우리 사회에서 ‘노인’은 나이 든 사람을 통틀어 가리키는 용어는 정녕 아닐 것이다. ‘노인’도 ‘노인’ 나름이고,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노인이 되기도, 안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재벌 회장이나, 국회의원 등 이른바 ‘유력 인사’는 70이 넘어도 노인이라는 범주에 묻히지 않고, “회장님, 의원님” 등으로 불리면서 살아간다. 우리는 회장님, 의원님으로 불리며 살지는 못하더라도, 나이 기준으로만 따진 노인의 범주에 들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명리(命理)학의 12운성(運星) 쇠(衰)에서는 ‘나이 듦의 장점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혜가 축적되어 있으며, 충동이나 감정적 반응이 줄어들어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데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생각이 노인이면 노인이다. 잔소리가 늘어나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하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이미 노인이다. 환경의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태도를 고집하고, 지나간 날들에 대해 후회하고 우울해 하는 이런 현상이 노인 현상이다.

    미국에서는 은퇴 뒤의 삶을 시작하는 사람들을 ‘2Y2R’(too young to retire : 은퇴하기에는 너무 젊은) 세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말하자면 ‘젊은 노인’이다. 하기사 은퇴라는 영어단어 retire는 타이어(tire)를 다시(re) 끼운다는 말이 아니던가. 인생 재충전이라고나 할까?

    ‘이 나이에 뭘 하겠어’하며 의욕을 잃어버리고 집안에서만 있으려고 하는 것도 노인이다. 노력해야 노인이 아니다.

    정연태(정연태이름연구소 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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