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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긍정의 미꾸라지- 이상원(창원시 양덕2동 행정복지센터)

  • 기사입력 : 2020-09-02 19: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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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맞서 양덕2동 주민 10여명이 산호천 징검다리 위에 줄줄이 섰다. 한 손에는 바가지를 들고서, 그 바가지엔 미꾸라지를 가득 채웠다. 하나, 둘 구령도 있기 전에 하천을 향해 미꾸라지를 냅다 부었다. 그제서야 자유의 몸이 된 미꾸라지는 하천 이곳저곳을 샅샅이 훑었다. 주민들은 그 땡볕에서도 뭐가 그리 즐거운지 껄껄 웃으며 바가지에 미꾸라지를 다시 채웠다.

    그러길 몇 번 반복해 준비해둔 미꾸라지를 다 풀어주고서야 하천을 유유히 돌아다니는 미꾸라지를 감상했다. “저것 봐라. 살아서 팔팔거린다”, “모기유충 다 잡아 먹으래이”.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온몸은 땀범벅이 됐지만 주민들은 또 한번 웃었다.

    역대급으로 길었던 장마가 끝나고서 양덕2동을 가로질러 흐르는 산호천은 유량이 줄면서 모기유충이 자리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됐다. 그래서 양덕2동 주민자치회를 중심으로 몇몇 주민들이 나서 모기유충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꾸라지를 구해다가 산호천에 방류하게 된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도 하루살이나 모기유충 퇴치, 수중 생태계 회복 등 다양한 목적의 미꾸라지 방류 행사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걸 보면 효과는 검증된 셈이다.

    미꾸라지는 한국 사람에겐 친숙한 물고기다. 미꾸라지는 하천의 진흙 바닥이나 논같은 곳에서 주로 서식하는데, 잡식성으로 곤충의 애벌레, 실지렁이, 유기물 등을 섭식한다. 은신하기 위해 바닥으로 잠입하거나, 수서동물을 잡아먹기 위해 저질을 파헤치는 습성으로 하천 바닥에 산소를 공급시켜 수질 환경을 개선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미꾸라지 한 마리가 모기 애벌레인 장구벌레를 하루에 1,000여 마리씩이나 먹어치우기 때문에 확실한 모기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미꾸라지는 추어탕으로 대표되는 보양식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스테미너 식품인 추어탕은 위장에 무리를 주지 않고 소화가 빨라 위장질환에 최고의 음식으로 꼽힌다. 실제 영양가면에서도 뱀장어 이상으로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고 한다. 이는 심한 가뭄과 온도변화, 환경오염, 3급수 등에서도 잘 자라는 미꾸라지의 강한 생명력과도 관계가 있다.

    미꾸라지와 관련된 꿈 해몽도 흥미롭다. 미꾸라지가 비단구렁이가 되는 꿈은 길몽으로 작은 것으로 시작해 큰 것을 이룬다는 뜻이고, 논두렁에서 미꾸라지를 잡는 꿈은 재물과 돈이 생기고 운수 대통하게 됨을 암시한다고 한다. 또 미꾸라지가 마당에 즐비하게 보이는 꿈 역시 길몽으로 여러 곳에서 재물이 쏠쏠하게 들어올 수 있음을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것도 생명이라고 사무실에 앉으니 생각이 난다. 폭염이 계속돼 하천물이 마르지나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날 풀어준 미꾸라지가 산호천을 떠도는 왜가리떼에 잡히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하고나 있을지도 궁금하다. 우연히 산호천 마실길에 미꾸라지 노니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코로나19에다 폭염으로 지친 마음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상원(창원시 양덕2동 행정복지센터)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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