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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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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근대문학의 보물창고- 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

  • 기사입력 : 2021-01-31 20: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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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신대문덕수문학관은 문덕수 선생을 기념하여 창신대에서 개관한 문학관으로 우리 지역 출신인 선생의 문학적 위업을 당연히 기려 드리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선생의 문학적 업적은 잘 알려져 있지만 근대문학의 주요 원본 자료들을 수집하여 문덕수문학관을 통해 후세에 전한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올 초부터 문덕수문학관 소장 희귄본자료를 정리 분류하는 작업을 이달균 경남문협 회장과 둘이서 며칠째 하고 있다.

    문덕수 선생이 2000년 창신대에 소장품 일체를 기증할 때 희귀본도 몇 권 있을 테니 잘 보존해야 할 거라는 말씀을 하셨지만, 당시 약 2만여 권의 문헌들을 창신대도서관에서 분류 작업을 하고 도서목록으로 정리해 두었어도 많은 자료에 묻혀 있는 희귀본들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못했다. 서정주의 ‘화사집’ 등 희귀본들이 많다고 관념적으로만 생각하고 그간 잊고 지냈다. 막상 20여년 만에 희귀본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분류하는 작업을 하면서 이달균 회장과 둘은 문덕수 선생 개인이 어떻게 그 많은 근대문학의 원본들을 수집할 수 있었을까, 하며 새삼 존경의 마음과 함께 감탄을 연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문덕수문학관 소장 근대문학의 보물들을 어떤 방식으로든 알리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이 사실을 신문 기고라도 해서 지역민들이 알게 하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와 관련 이미 두 차례 기고를 하긴 했지만 문덕수문학관 소장 희귀 자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못했다.

    2014년 당시 1936년 1월에 발간된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이 경매에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100부 한정판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경매회사 코베이 측에서 경매 가격 5500만원에 시작해 7000만원에 낙찰됐다고 알려졌다. 초간본의 원래 가격은 2원이었다. 이에 대해 최동호 교수는 칼럼에서 현재 국내에는 세 권의 초판본만 존재가 알려져 있다며 국립중앙도서관과 고려대 도서관에 소장돼 있고, 경매에 나온 것은 개인 소장본이라고 썼다. 최동호 교수는 창신대문덕수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은 알지 못했던 모양이다. 창신대 재직 당시라 문덕수문학관에 백석의 첫시집 초간본이 있다고 대학 본부에는 알렸지만 그것이 외부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무심한 세월만 흘렀다.

    문덕수문학관은 백석의 시집 ‘사슴’ 초판본에 버금가는 최남선의 ‘심춘순례’,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 정지용의 ‘백록담’, 설정식의 ‘종’, 오장환의 ‘병든 서울’, 김동석의 ‘길’, 김춘수의 ‘구름과 장미’ 등 근대문학의 희귀 원본들을 수백 권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창신대 이원근 총장께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환경이지만 문덕수문학관을 지역사회와의 소통 공간으로 활용하겠다고 하니,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희귀본 정리 작업을 하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을 여기 적어 두는 것이다.

    이상옥(시인·창신대 명예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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