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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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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이번엔 야당 심판!-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 기사입력 : 2021-05-20 20: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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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한달이 조금 지났지만 집권여당을 집어삼킨 민심의 쓰나미가 야당마저 집어삼킬 분위기다.

    지난 서울·부산시장 선거 결과에 대해 대체적인 평가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 민주당에 대한 심판이었다. 달리 말해 야당이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기에 국민 중 일부는 이번 서울·부산선거를 계기로 국민의힘의 변화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 변화는 국민의힘이 여의도 국회 기득권을 벗어나 야권통합이나 보수와 중도가 함께 할 수 있는 개방적 정치혁신, 수권정당으로서의 정책대안과 국민과 소통하는 시스템 등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선거 후 약 1개월 동안 국민의힘은 그렇지 못했다. 개방적 정당개혁보다는 정치일정을 들어 당대표 선거로 직행했다. 그러면서 나오는 말이 개혁이 아닌 자강이다. 당의 종합적 정책대안보다는 중구난방 정부 때리기로 정치인 개개인 인지도 경쟁만 보인다. 소통도 달라진 것이 없다.

    서울·부산시장 선거 승리에 대해서도 자만까지 하기 시작한다. 분명 선거 직후 모두가 야당의 승리가 아닌 집권여당의 패배였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야당의 승리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러면서 서울·부산선거에서 자신들의 공을 내세우며 마치 킹메이커인양 차기 대권주자들을 얼차려까지 시킨다. 지난 4월 26일 데이터리서치의 서울·부산시장 선거평가조사에서 국민의힘 승리에 가장 기여한 인물을 묻는 질문에 오세훈?박형준 두 후보라는 응답은 22.1%, 안철수라는 응답은 17.0%, 김종인이라는 응답은 8.7%였다. 즉 선거에 승리했음에도 국민의힘 내부의 후보나 선거를 총괄했던 인물의 기여는 22.1%, 8.7%에 불과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국민의힘이 이러한 모습을 보이자 민심이 이번에는 여당보다는 야당을 주시하기 시작하고 있다. 그리고 야당도 심판하려 한다. 심판의 장은 바로 국민의힘 대표경선이 될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 경선에서 중진이 먼저 움직였다. 출마가 예상되었던 주호영, 나경원, 권영세와 일찍이 출마선언을 한 홍문표 등이다. 국민들은 비록 제대로 당 혁신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들이 출마를 하지만 그래도 그야말로 중진들이기에 이들을 통해 대선승리 전략이나 이를 통한 정권교체의 비전이라도 보기를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권교체와 관련해 구체적 전략보다는 ‘내가 할 수 있다. 내가 적임자다’라는 식의 주장만 하고 있다.

    그러자 초선 중심으로 젊은 후보들이 등장한다. 과거 같으면 초선이나 원내 경험이 없는 원외들은 대표가 아니라 최고위원에 나갔다. 그런데 바로 당권에 도전한다. 우리 정당사상 초유의 사태다. 여론도 심상찮다. 당초 중진 강세로 예상되었던 판세였다. 그러나 5월 8∼11일 한길리서치 조사에는 나경원이 15.9%로 1위를 했지만 이준석이 13.1%로 2위를 하면서 급부상했다. 그리고 14일 PNR조사에서는 이준석의 지지율이 20.4%로 15.5%의 나경원을 처음으로 앞섰다. 뿐만 아니라 초선의 김웅도 8.4%로 4위를 차지했다.

    이러한 현상은 재보궐선거 후 국민이 바라는 국민의힘의 당개혁·혁신 대신 다선의원과 당 기득권을 강화하는 즉 자강을 시도하는 것에 대한 민심의 심판이라 할 수 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뜻을 하늘같이 받들겠다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이런 말들은 그냥 말뿐이다. 현재 국민의힘 상황이 레토릭으로 민심의 요구를 모면하거나 본질을 가리려 했던 과거의 정치를 그대로 하려다가 국민들에게 들통이 난 것과 같다. 이제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에게 과거처럼 순진하게 속거나 그냥 두고 보지도 않는다. 즉 정치의 대상인 객체로만 남아 있으려 하지 않는다. 이젠 직접 나선다. 즉 정치의 주체가 되려 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을 지렛대로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젊은 후보를 내세워 국민의힘을 심판하려고 한다. 그리고 국민들의 이러한 판단 주기도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홍형식(한길리서치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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