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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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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구환상에 사로잡힌 도의원 선거구- 조영제(경남도의원)

  • 기사입력 : 2021-11-10 20:4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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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의회 부활 30주년의 뿌듯함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의 설렘도 도의원 선거구 통폐합 문제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2018년 7월 헌법재판소는 제11대 광역의회 선거구 인구 편차를 종래 1:4에서 2022년 제12대 광역의회에서부터는 1:3으로 조정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종래 최저 인구하한선 2만5556명이 3만1946명이 되어 기존 도의원 2명을 선출하던 함안, 거창, 창녕, 고성은 1명으로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이러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광역의회의 지역대표성 문제이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1914년 일제에 의해 지역의 역사성이나 주민들의 생활권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몇 개의 고을을 통폐합해 확정한 것이다.

    또한 경남의 경우 1995년 도농통합시로 인해 많은 지역들이 통합되어 실제로 2개의 지역임에도 광역의원 배정 시에는 1개의 지역으로 간주되어 실질적으로 광역의원 정수 산정에 많은 불이익을 입었다. 따라서 도의원 의석 수 산정에 있어서 이러한 점들이 적극 고려돼야 한다.

    두 번째로 독일연방헌법재판소 판결의 무비판적 수용이라는 문제다. 이번 헌법재판소 결정은 원래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선거구 획정 원칙을 준용한 것이다. 독일에서도 표의 등가성이라는 문제가 대두되어 우리보다 엄격한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고 있는데, 독일은 연방제 국가여서 지역 대표성을 담보할 수 있는 상원이 있다. 즉, 상원은 인구보다 지역 대표성에 방점이 찍혀 있어 인구로 인한 지역대표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따라서 연방제에 기반한 독일의 법리를 단원제 국가인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해 무조건 인구를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한 비교라고 평가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법 논리적 모순 문제다. 헌법재판소 결정대로라면 한 광역단체 내에서의 인구편차는 각 광역단체의 사정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국법 체계의 일관성 측면에서 봤을 때 문제가 된다. 즉, 경남의 경우 도의원 한 사람이 약 6만4000명의 도민을 대표하고 있는데, 전남은 3만6000명당 1명의 도의원이 도민을 대표하고 있다. 즉, 헌재의 결정은 한 지역 내에서는 엄격하게 표의 등가성을 적용하면서도 각 지역 간 표의 등가성은 고려하고 있지 않아 국법 체계상 한 국민이 행사하는 투표의 가치는 크게 차이나는 모순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균형발전 문제다.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지역이 의석수를 더 많이 배정받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것은 곧 농촌지역에 대한 정책적 관심도의 저하를 유발하게 된다. 즉, 줄어든 의석수만큼 소외지역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지방소멸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되기 어렵다.

    법치주의라는 관점에서 이번 헌재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이번 결정의 잘못된 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새로운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오히려 앞으로의 지방자치체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제 다음 달에 있을 국회의 도의원 선거구 획정 및 의원 정수 조정 논의에서 경남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지역 정치권을 비롯한 도민 전체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야 할 것이다.

    조영제(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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