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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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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대선공약을 기대한다- 김복근(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 기사입력 : 2021-12-15 20: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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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겠나’ 하는 의문이 ‘되겠다’는 가능성을 갖게 했다.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 추진을 위한 1차 학술발표회를 마친 후 나온 말이다. 그랬다. 처음에는 의문을 가지고 출발했지만, 이제 많은 이들이 함께 나섰다. 우리 얼, 우리말, 우리글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선열들을 기리고, 우리말 글을 갈고닦기 위해 민간인들이 모였다. 행정가와 공무원들이 공감하고, 전공 학자들이 참여했다. 미래의 국운이 달린 일이라는 데,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은 경상남도 지역혁신 신 사업으로 선정되고, 20대 대선 경상남도 주요 정책과제에 포함됐다.

    국어는 우리 민족의 긍지와 자존이며, 삶과 사유가 담겨있는 민족 문화의 꽃이다. 일제강점기, 우리말과 우리글은 말살의 위기를 맞았다. 일본어가 ‘국어’로 불리고, 우리말은 ‘조선어’로 밀려났다. 이즈음 남저 이우식 선생, 고루 이극로 선생, 한뫼 안호상 선생을 비롯한 33인의 선열들이 횃불을 들었다. 우리말 글을 지키고, 조선어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렸으며, 생명을 걸고 각고했다. 말갈·흉노·여진·거란·만주족 등 많은 민족들의 경우, 저마다 고유한 언어가 사라지면서 그 민족이 멸망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일제는 조선어 교과목을 폐지하면서 조선어 사용을 금지하는 등 조선어를 없애기 위해 발악했다. 특히 1942년에는, ‘한글맞춤법통일안’, ‘표준어 규정’,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을 확정 발표해 국어의 규범을 정립한 조선어학회를 독립단체로 규정하고, 이를 해산하기 위해 조선어 수난사건을 일으켰다. 이윤재 한징 선생이 옥사했고, 이극로 최현배 이희승 이우식 선생 등 많은 분들이 고문을 당하고 실형을 살다 광복과 함께 풀려났다. 우여곡절 끝에 일본 경찰에게 압수 당한 원고를 되찾아 1957년 〈조선말 큰 사전〉이 완간돼 우리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고, 오늘날 여러 국어사전의 초석이 됐다. 영화 ‘말모이’는 이러한 일제의 만행을 고발한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대선후보가 우리의 언어 정책과 국어사전박물관 건립을 공약사업으로 채택할 것을 기대한다. 문화독립운동가들이 지켜낸 아름다운 우리 얼과 우리말, 우리글이 외래어의 홍수와 무분별한 사이버 언어의 난무로 그 의미가 변질되고, 오염돼가는 현장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지금 대선 현장에는 상대를 공격하고 헐뜯는 일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했다. 이런 시점에 상대를 공격하는 막말을 중단하고, 미래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우리말과 우리글을 바르게 사용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우리 말글에 대한 역사를 기리고, 언어 정책을 새롭게 하기 위해 국립국어사전박물관을 건립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다면 신선한 충격이 될 것이다. 도로확장, 공항건설 등 진부한 공약보다 훨씬 새로운 공약이 득표로 연결될 것임에 틀림없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과 문예부흥이 일어난 숙종, 영정조 시대에 국운이 왕성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력은 문예부흥에서 출발한다. 다행히 지금 우리나라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한 아이돌이 세계를 누비고, 넷플릭스에서 영화 ‘오징어게임’과 ‘지옥’이 세계 1위를 하고, 한글이 한류문화의 중심에 우뚝 서있다. 한류 바람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점에 언어 정책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해 북을 쳐준다면 문화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다. 눈 밝은 대선 후보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복근(국립국어사전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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