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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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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킹메이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 회장)

  • 기사입력 : 2021-12-30 21: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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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선(大選)이 다가오면 킹메이커란 단어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후보자 못지않게 바쁘고 무한의 권력을 갖고 역할을 한다. 킹메이커라는 유행어가 만들어진 까닭은 대통령의 자리가 막강한 자리이고, 그 막강한 사람을 만들어 내는 사람 또한 막강한 위력이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상왕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킹메이커는 영국에서 국왕을 옹립했던 세력에서 사용했던 단어인데, 그 이후에 주요 관직 후보에 대한 선출권을 가진 사람들을 의미하였고, 요즘은 큰일을 하는 사람의 측근에서 자문과 도움을 주는 사람을 칭하는데 사실은 들러리인데 주객이 전도돼 있다. 이번 대선은 가십이지만 후보자의 선거보다 킹메이커의 대결이라고 혹평을 하는 사람도 있다.

    조선시대에도 킹메이커가 있었다. 작가 박기현의 ‘조선의 킹메이커’라는 저서에 의하면, 얼마전부터 방영되는 TV 역사극 ‘이방원’에 나오는 고려 말의 정도전은 부패한 고려 왕조를 버리고 조선이라는 새로운 말을 갈아 타려고 바른 나라를 만들기에 솔선해 궂은 일과 어려운 일을 고심한 킹메이커이며, 신하 하륜이는 태종의 의지를 잘 보살펴 부창부수의 리드십을 발휘한 킹메이커다. 특히 그는 조선시대 궁궐의 체계를 6조 직계로 조직하고 신문고를 설치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으며, 그 외도 우리 역사를 보면 신숙주, 황희 정승 등 훌륭한 신하들이 왕의 뜻을 잘 받들어, 나라를 융성하게 발전시킨 진정한 킹메이커 정승들도 많았다.

    요즘은 킹메이커 하면 대체로 정치 경력이 많은 원로들이 많다. 언론에 거론되는 킹메이커들은 흔히들 말하기를 연세가 많고, 지난 정권의 다양한 경력 때문에 빛바랜 킹메이커라고 흠집을 잡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같이 다양한 정보화 시대에 대통령이나 큰 일을 할 사람들의 주위에는 훌륭한 책사나 킹메이커 같은 많은 사람들의 도움 없이 성공하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어 버렸다.

    킹메이커는 박학다식하고 학벌과 경력이 다양하고 남들의 존경을 받는 인품을 기본 조건으로 언행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킹메이커들은 옳고 그름을 백성들에게 분명히 해주고 책임 있는 언행을 했는데, 요즘 킹메이커들은 유권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애매모호한 행동과, 여야에 양다리 걸치기를 하는 언행에 유권자들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가 많다. 문제는 조선시대의 건국 공신 정도전이나 하륜과 같은 신하는 왕을 처음부터 끝까지 받들고 충성을 다했는데, 요즘 킹메이커들은 대사가 성사된 후에 보통 야인으로 돌아가거나 후보와의 관계가 식어버려 견원지간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다. 그에 대한 깊은 사연도 있겠지만, 훌륭한 킹메이커는 초지일관이 초석이라는 명언과, 고려 말 정몽주의 일편 단심가를 한번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허만복(전 경남교육삼락 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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