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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7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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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권력, 그 무서움과 무상함에 대해- 이재달(MBC경남 국장)

  • 기사입력 : 2022-06-15 20: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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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바탕 홍역을 치른 것처럼, 쓰나미가 덮쳤다가 다시 평온을 찾은 것처럼, 그런 시간이 서너 달 사이에 흘렀다.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를 시작으로 5월 10일 새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고, 보름 전인 6월 1일에는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 지역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권력 엘리트의 대대적인 교체가 단행된 시기였다. 큰 권력이든 작은 권력이든 새로이 권력자의 반열에 들어선 이들이 당선사례 인사를 끝낸 지금쯤이면 정치적 장래를 가늠해볼 시간이 됐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허리를 굽실거리며 이 공약, 저 공약을 내세우던 겸손함을 벌써 잊어가는 사람이 생긴다.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고 거들먹거리기도 한다. 골퍼들은 잘 알겠지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 OB가 나듯이 이런 당선자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상수가 있다면 ‘권력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 소설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서 엄석태의 권력처럼 말이다. 반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그가 담임선생님이 새로 부임하고 비리가 하나, 둘 드러나면서 막강하던 권력이 종말을 고한 것은 바로 우리의 현실 이야기다. 이 때문에 권력을 경계하는 경구가 동서고금에 많이 전해져 온다. 그중의 하나가 다모클레스의 칼이다.

    기원전 4세기경 고대 그리스의 디오니시우스 왕은 신하 다모클레스가 자신의 권력과 부를 부러워하는 것을 눈치채고 그에게 왕좌에 앉아 보라고 했다. 그리고 천장을 바라보도록 했다. 천장에는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 같은 가느다란 한 올의 말총에 시퍼런 칼이 매달려 있었다. 자신의 머리 위에 섬뜩한 모습을 본 다모클레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왕의 자리란 겉으로는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이 호화롭게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칼 아래 있는 것처럼 늘 긴장해야 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권력의 위험을 경계하고 겸손해야 한다는 점은 수많은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교훈인데도 다모클레스의 칼을 망각한 권력자를 우리는 너무나 흔하게 봐 왔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이란 말을 범부들조차 잘 아는데, 왜 권력의 자리에만 오르면 잊어버릴까? 임기를 마친 뒤 보통 시민의 자리로 돌아가기가 그다지도 힘들까?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것이 권력이다. 잘만 활용하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가장 효율적인 힘이 된다. 반면 자칫 남용하면 자신을 망치고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악마로 변한다. 그래서 권력은 칼날 같은 것이어서 두 손으로 움켜쥐어서는 안 되며, 살포시 잡아야 한다고 했다.

    한때 20년, 50년 집권을 운운하며 오만했던 구 여권 실세들은 자신이 휘둘렀던 권력의 칼날이 이제는 언제 자신을 향해 올지 두려움에 떨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의 비리는 누구보다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세계적으로 이미 유물이 된 편향된 이념에 사로잡혀 얼마나 많이 역사를 왜곡하고, 나라의 앞길을 가로막아 왔던가? 5년의 집권 기간을 마치 50년이라도 되는 듯 손에 든 칼날을 너무 강하게 쥐어 왔던 그들이다. 본래 인간이란 존재는 겁을 잔뜩 먹으면 두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 과잉 행동이 나오는 법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검수완박’ 법안의 날치기 통과다. 한편 새로이 집권 세력이 된 이들은 이 순간은 물론 수시로 권력의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다. 권력의 달콤함에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이성이 마비되고 눈앞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권력의 유혹을 단단히 경계해야 한다. 모름지기 정치는 마이너스의 셈법이 작동하는 분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플러스의 셈법으로 사람을 모으고 가치를 키워나가야 한다. 권력! 참으로 위대하나, 또한 무섭고 무상하다. 그 무서움과 무상함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이재달(MBC경남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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