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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언력(言力)-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2-07-12 20:5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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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눈먼 사람이에요 나를 도와주세요’라고 적힌 사인보드를 든 시각장애인에게 돈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나가던 누군가 사인보드를 수정해줬더니 갑자기 돈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너무 멋진 날이에요. 그런데 난 그걸 볼 수가 없어요.’ 같은 상황을 다른 언어로 표현하기만 해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이어령 교수가 책 ‘거시기 머시기’ 속 언어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교수는 이를 ‘언력(言力)이라고 표현했다.

    ▼언력, 즉 말의 힘은 얼마나 강할까. 인류가 타자와 소통하는 매개로 영향력을 가지기도 하지만, 발화 그 자체로 에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한 방송사에서 방영한 다큐 ‘말의 힘’에서 막 지은 쌀밥을 병에 같은 분량으로 나눠 넣고 4주간 각각의 병에 좋은 말과 나쁜 말을 했다. 그 결과 좋은 말을 한 쌀은 변화가 없었지만 나쁜 말을 한 쌀은 썪고 곰팡이가 생겼다.

    ▼어떤 말이 좋은 힘을 가질까. 한 문장으로 답하기 어렵다. 반면 어떤 말이 나쁜 힘을 가지느냐는 비교적 명쾌하다. 상대에게 폭력적인 말이다. 책 ‘비폭력 대화’에서는 “우리는 전혀 폭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말할 때에도 종종 본의 아니게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입히고 마음을 아프게 한다”며 비폭력 대화법(NVC)을 강조한다. NVC란 관찰·느낌·욕구·부탁 등 4가지 요소로 대화하는 법이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취임 후 조직혁신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하는 도정을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실국본부장 회의 등에서 강도 높은 지시와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강력한 그의 추진력은 도청 안팎의 혁신에 대해 기대감을 높였지만, 조직 내 구성원들에게는 ‘그동안 나(우리)는 뭘 했나’라는 자괴감과 상처도 남겼다. 리더의 언력은 강한 만큼 조심스럽다. 사회대통합위원회를 추진하는 경남이다. 그에 걸맞는 ‘리더의 언력’을 보고 싶다.

    조고운(정치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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