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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30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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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서울 구경- 나순용(수필가)

  • 기사입력 : 2022-10-11 19: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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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체로 서울에 자주 가는 편이다. 주로 병원에 가거나 손주를 급히 돌보아야하기 때문이다.

    두 아들이 수도권에 살다 보니 불가피하게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 그때 주위에서 자주 하는 말이 “아들 덕분에 서울 구경은 많이 하겠네”였다. 그럴 때마다 매번 대답은 “올라가면 손주만 봐주고 집으로 내려오기가 바쁘다. 구경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며 손사래를 친다. 아들네에 가서도 바쁘다 보니 이곳저곳을 다닐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나온 말이다. 찬찬히 생각해 보니 꼭 그런 것 만은 아니었다. 손주들이 어릴 때는 처음으로 어린이대공원에 갔었다. 필자가 어른이 될 때까지 그렇게 다양한 동식물을 구경한 적이 없었다. 서울의 사적지를 가끔 둘러보는 것은 우려낸 녹차를 마시는 느낌이었다. 또 우리나라에서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한번 꼭 가봤으면 하는 높은 건물이나 장소를 둘러본 적도 있다.

    이런 일은 마치 어린 시절 소풍을 다녀오는 듯 큰 즐거움이었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과 연주회, 전시회는 아주 특별한 감동과 추억을 안겨주었다. 진해에서 선뜻 서울로 구경거리를 찾아 나서는 성향도 아니기에 이런 경험은 자식들을 보러 갈 일이 있기에 가능했다. 몇 시간씩 버스를 타고 오르내리느라 몸은 힘들어도 그 고단함을 녹여주는 달콤하고 고소한 에너지바 같은 기쁨이다.

    요즘 인구 감소로 인해 ‘지방 균형 발전’이니 ‘지방화’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를 쓰고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들이는 노력과 예산에 비해 직접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워 아쉬움이 많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문화 예술 분야를 비롯한 의료, 교육 등의 기반 시설이 수도권에 편중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방에서도 이러한 문화 향유와 의료 혜택을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좀 더 적극적인 정책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문화적 소외감을 해소해 나가도록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탈 지방을 외치는 것은 비단 학생이나 직업을 찾는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나순용(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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