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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카카오 서비스 중단과 위험사회 관점 -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2-10-23 20:4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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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메시지와 거래 서비스가 판교 데이터센터의 화재로 여러 날 중단됐다. 카카오톡 앱은 문자메시지 서비스에서 시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한다. 거의 모든 시민이 불편과 혼란을 겪었다. 이동통신사의 문자서비스 등 대체 서비스 이용으로 급한 불을 껐다. 하지만 카카오톡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단체용 대화 서비스를 갑자기 다른 앱에서 찾기 어려웠다. 여기에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카카오톡 앱에서 편리하게 이용한 쇼핑과 송금, 선물 전달 기능도 중단됐다. 구매자의 단순한 불편을 넘어 상품을 판매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매출 감소·중단의 피해를 호소했다. 며칠 동안 서비스 정상화를 불안하게 고대하는 심리적 비용을 포함하면 피해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다행히 톡에 이어 메일 기능이 속속 복구됐다. 그래도 사고 이전 수준에 이르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차분하게 이번 사태의 의미를 살펴보고, 개인과 기업, 정부 차원에서 향후 대책을 모색할 때다.

    먼저 이번 사태는 첨단 ICT의 성과로 누리는 온라인 서비스의 편리함과 효율성 이면에 현대 사회가 작은 실수나 사건, 재난 등으로 인해 정보인프라가 훼손되면 통신의 단절로 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회의 기능이 마비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1986년 〈위험사회〉란 저서에서 산업화 진행에 따라 불안이 증대되는 현상을 지적했고, 그해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큰 주목을 받았다. 위험이 커진 배경은 생산성의 증가로 배고픔을 해결했지만 비만이 위협 요소로 등장하는 등 위험에 대한 감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해 사용한 농약과 비료가 농지의 황폐화를 가져오듯이 합리성의 극단적 추구가 환경을 오염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피해의 계산이 불가능해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없는 원전 폭발과 기후변화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위험사회의 대처 방법으로는 과학기술에 대한 성찰과 시민의 정책 참여가 제시된다. 또한 시민이 정치에서 멀어지면 의회와 행정부가 시민의 불안을 외면하고 늘어나는 위험성을 방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카카오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살펴보자. 첫째, 개인 차원에서 IT 서비스 의존도가 너무 크다. 디지털이 무너지면 혼란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디지털의 혜택을 누리되 네트워크 중단에 차분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불안감이 가져올 비이성적 행동에 따른 패닉 현상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기업 차원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 운용의 분산화와 이원화, 화재 예방 투자를 늘려야 한다. 이는 보험처럼 추가로 비용이 든다. 하지만 긴급 상황에서 안정적 운용을 기하도록 해야 비즈니스 복원성을 확보한다. 투자로 간주돼야 하는 이유다. 이윤을 최대한 추구하는 기업의 생리상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이중화를 비용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소홀한 대가로 엄청난 규모의 기업 가치 하락과 배상 책임에 직면하므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셋째, 정부 차원에서 카카오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보통신 서비스에 대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 필요한 규제는 당연하다. 카카오톡 앱은 마치 수도, 전기, 전화 등과 마찬가지다. 시민의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를 잡은 필수 공공재가 됐다. 또한 특정 서비스 시장에서 독과점을 누린다면 부작용 방지와 공정거래 준수를 위한 제도적 개입이 요구된다. 공공 규제가 새로운 서비스의 제공과 경쟁력 확보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다. 그러려면 국회가 최신 정보통신 서비스 관련 법규를 점검하고, 미흡한 점을 보완하는 입법에 나서야 한다. 요컨대 카카오 데이터 센터의 화재에 따른 메시지와 금융 및 거래 서비스 중단은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편리함과 효율성이란 혜택과 더불어 사고에 취약해 혼란이 초래되기 쉬운 위험사회의 양면성을 잘 보여준다.

    이진로 (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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