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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가애도기간에 제주도 연수 나선 하동군의회

  • 기사입력 : 2022-11-01 19: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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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로 5일까지 국가 애도기간에 들어감에 따라 지자체는 이 기간 중에 개최할 예정이었던 축제, 행사 등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여야 정당도 정쟁을 멈추고 논란이 될 만한 언행을 자제하도록 했고, 전국 지방의회에서는 계획된 국내외 연수를 취소하고 있다. 그런데 하동군의회가 1일 3박4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연수를 떠나 비난을 사고 있다. 호텔을 어렵게 구했고, 하동군에는 희생자가 없어 계획대로 연수에 나섰다는 이하옥 하동군의회 의장의 변명은 궁색하다. 국가적 추모 분위기를 모르지 않았고, 연수를 떠나면 질타가 쏟아질 것을 알면서도 연수를 강행한 것은 몰염치한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동군의회 연수 일정을 보면 3박 4일 동안 세 번의 강의와 두 곳의 견학이 있다. 이중 제주 양돈농협 공동화사업장과 재활용도움센터 견학에 무려 10시간이 배정돼있다. 견학시간을 활용해 관광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의장의 말대로 공부가 목적이었다면 1850만여원의 예산과 시간을 들여 제주도까지 가지 않더라도 하동 인근에서 연수가 가능했을 것이다. 하동군의회 의장은 “군민 세금으로 가는데 위약금도 낭비”라고 했지만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서 성남시의회는 일본 연수를, 아산시의회는 독일 연수를 취소했다. 용인특례시의회는 제주 연수를 취소하고 이달 중 1일 교육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공감과 상황인식능력이 정치인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하동군 의원 전원이 국가 애도기간에 연수를 떠났다는 것은 대 참사로 패닉에 빠진 국민에 대한 공감능력이 전혀 없다는 방증이다. 국가가 애도기간을 정했을 정도로 나라가 엄숙한데 위약금이 낭비라서 연수를 강행했다는 하동군의원의 자질이 의심스럽다. 이번 참사에 하동군민 중 희생자가 없다고 해도 정치인이라면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면서 슬픔을 함께하는 것이 도리다. 더 나아가 하동에서 이태원 참사와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지역축제와 행사의 안전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공감 능력과 기본 자질이 결여된 의원들에게 계속해서 하동군정을 맡겨도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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