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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9일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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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분수(分數)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 정연태(이름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22-11-03 19: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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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주팔자를 분석해보면 개개인의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알 수 있다. 사주는 음양오행(木火土金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오행 중 많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잘할 수 있는 소질이다. 木(목)이 많으면 木(목)의 행위를 잘할 수 있고, 火(화)가 많으면 火(화)와 같은 일을 잘 할 수 있다. 그러니 잘 할 수 있는 것이 타고난 소질이고, 직업적으로 잘 써야 우환이 없이 살아갈 확률이 높은 것이다.

    오래전 내방한 최 사장의 아들은 고등학생 때 전교에서 손가락을 꼽을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고 한다. 아들은 의대에 가기를 원했지만, 사업을 크게 하는 최 사장은 판·검사 한번 시켜 보겠다며 마음먹고 법대로 보냈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서른이 넘을 때까지 시험에 합격하지 못했다.

    답답해진 최 사장은 “학교 다닐 때는 공부를 잘했는데, 왜 해마다 시험에 떨어지냐”고 물었다. 살펴보니 관(官)운이 약했다. 관운이 없으면 관직으로 출세하기가 무척 어려워진다. 그렇지만 총명하여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 팔자가 강했다. 형살(刑殺)이 있고, 金의 기운이 강해 칼을 쓰는 직업 즉, 수술하고 꿰맞추고 피를 보는 외과 의사가 제격이었다. 나는 “나이도 있으니 시험을 포기하고, 의대도 쉽지 않겠으니, 약학대학으로 방향을 바꿔 목 좋은 곳에서 개업을 하는 것도 이치에 맞겠다”고 몇 번이나 조언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 아들은 지금 마흔을 훌쩍 넘기고도 장가도 못가고 있다. 물론 판·검사도 의사, 약사도 되지 못했다.

    또 내가 아는 김 사장은 부부 둘이서 조그만 국밥집을 열었다. 다행히 음식 솜씨 좋은 아내 때문인지 손님이 밀려들었다. 부부는 장사가 잘되고 돈도 좀 벌었으니, 오래되고 협소한 가게를 허물고 3층 건물로 짓기로 하고, 근사하게 새 단장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최악, 문을 닫고 말았다. 최 사장, 김 사장 둘 다 분수를 벗어나 일을 벌였기에 일어난 현상들이다.

    명리학에 격국용신(格局用神)이라는 용어가 있다. 여기서 격(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면서 형성된 그릇, 즉 분수를 말한다. 최 사장 아들은 이과 공부를 해 의·약이 맞는 팔자인데, 문과로 방향을 바꿔 법대로 간 것이 문제였다. 김 사장은 크게 벌리면 안 되는 고만고만한 그릇을 가지고 세상에 나왔는데, 조금 벌었다고 무리하다 일을 망치고 만 것이다. 둘 다 주어진 그릇대로 살았더라면 아무 탈 없이 잘 살 수 있었을 것인데 참으로 안타까웠다.

    ‘순천(順天)자는 흥이고 역천(逆天)자는 망(亡)’이라는 공자의 말씀이 있듯이 의사 팔자가 있고, 판·검사 팔자가 있다. 둘 다 어렵지만 타고난 그릇이 있는데 역천을 하고 만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제 분수를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그릇’을 알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성공했다가 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무리하게 확장을 하다가 일을 그르친다. 팔자대로, 제 분수(分數)대로 사는 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정연태(이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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