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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우리 시대의 영웅은- 이현근(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3-01-05 19: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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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웅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신난다. 겨우 12척의 배로 왜선을 무찌르고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이나 붉은 옷자락을 휘날리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왜군을 무찌른 홍의장군 곽재우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밌다. 수년 동안 전 세계 극장가를 휩쓴 영화시리즈가 어벤져스 시리즈다. 아이언맨과 토르, 헐크, 캡틴 아메리카, 블랙 팬서 등 엄청난 힘을 소유한 지구 최강 영웅들의 이야기를 할리우드 영화답게 화려한 영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마디로 악에 맞서는 영웅 이야기가 구조다.

    ▼최근 안중근 의사가 고향을 떠나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기까지 역사적 사실을 담은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됐다. 조국 독립을 위해 가족을 남겨두고 떠난 그는 3년 내에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로 맹세하고 거사를 준비하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총으로 사살해 현장에서 붙잡혔다. 조선에서 그는 조선침략의 원흉을 죽인 영웅이었지만 일본에서는 근대 일본을 건설한 자국 영웅을 살해했다는 죄명을 덮어썼다.

    ▼축구 영웅 펠레가 별세했다. 그는 불과 17세에 월드컵에 처음 출전해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이후 월드컵에서 두 차례나 더 브라질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로 인해 ‘축구=브라질’이라는 인식을 남겼다. 그는 ‘사랑하고, 사랑하라 영원히’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그를 인간계가 아닌 신계의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많아 지난 2022년 페루에서만 펠레라는 이름을 지은 아이가 738명이나 된다고 한다.

    ▼영웅의 출현은 답답한 현실에서 나온다. 사회가 혼란스럽고 먹고살기 힘들어질 때 신흥종교가 판을 치듯이 현실이 팍팍할 때 대신 타개해줄 영웅을 기다린다. 사실 영웅이 많은 시기는 평온한 사회는 아닌 셈이다. 현실 속에서 영웅놀이는 위험한 짓이다. 남을 위해 나서다가 오히려 해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스타가 아닌 우리 시대의 영웅을 기다린다.

    이현근(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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