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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3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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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우리 시대의 영웅은 누구인가- 옥영숙(시인)

  • 기사입력 : 2023-01-11 19: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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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이 존경하는 많고 많은 역사 속 인물 중에 안중근 의사가 있다.

    2009년 10월 26일 LG아트센터에서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에서 독립을 염원하며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사형 판결을 받고 죽음을 맞는 순간까지의 마지막 1년을 창작뮤지컬 ‘영웅’으로 제작해 안중근 의사 후손들의 참관하에 초연되었다. 2015년 하얼빈에서 공연을 가졌고 14년째 장기공연 중인 창작뮤지컬 ‘영웅’을 원작으로 영화도 상영 중이다. 영화는 영웅주의나 민족주의에 호소하지 않고 각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공연 그 이상의 스토리와 볼거리를 보여준다. 광활한 설원의 자작나무 숲에서 펼쳐진 독립투사들의 단지동맹으로 태극기에 새긴 대한 독립의 뜨거운 맹세는 핏빛으로 물든 눈길 위에 비장함과 굳은 의지로 숭고한 희생을 상기시켰다. 31세 나이로 뤼순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유해는 어디에 묻혀있는지 알 수 없기에 아직도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누구인가.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얼굴 보호대를 쓰고 뛰어야 했던 축구선수 손흥민. 주장을 맡은 손흥민은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 안와골절상을 당해 수술하고 특별마스크를 착용한 채 한국의 16강 진출을 이끈 어시스트를 선보였다. 부상 재발 우려에도 투혼을 아끼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에서 2골을 넣고 깜짝 스타로 떠오른 조규성. 초등학교부터 축구를 시작했으나 키도 작고 몸은 너무 말라 멸치, 병든 닭, 별명을 가졌다. 그는 경기에 뛰는 시간보다 벤치에 앉아있는 시간이 더 많았기에 고3 때 축구선수를 포기하고 공무원시험 준비를 하려고 했으나 수비형 미드필드에서 공격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고 꾸준히 성실히 노력한 게 결국엔 선물로 돌아왔다고 했다. 월드컵을 통해 제대로 인기몰이 한 ‘성실한 악바리’ 조규성은 언제쯤 유럽 무대로 진출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13년 데뷔한 방탄소년단(BTS)은 ‘21세기 팝 아이콘’으로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차트, 일본 오리콘을 비롯해 애플뮤직 등 세계 유수의 정상에 올랐고 음반 판매량, 뮤직비디오 조회 수, 등에서 독보적인 기록을 써 내려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방탄소년단의 목소리에 5만명이 떼창으로 화답했으며 국적, 인종에 관계없이 모든 이들이 ‘BTS’라는 단어 하나로 화합했다.

    또한 한국 가수로 영국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콘서트를 한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었다. 과거 비틀즈와 퀸이 섰던 꿈의 무대, 9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에 공연예매 오픈 90분 만에 완판 됐다고 한다. 타고난 재능에 끝없는 노력으로 세계 최고의 아이돌이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위인으로 기록되는 인물들과 영웅이 있지만 오늘을 사는 우리 시대의 영웅은 어떤 사람일까. 난세에 나타나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비범하고 특별한 능력을 원하기보다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성공에 더 큰 감동이 있다. 그들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위기 상황을 발견하면 무관심이나 방관을 버리고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공감하고 실천하는 이들은 대기 중인 영웅이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영웅은, 붕괴의 위험을 알면서도 불길에 휩싸인 건물 속으로 뛰어드는 소방관, 나라를 지키는 최전선에서 불철주야 불침번을 서는 군인,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내재한 채로 힘든 직무를 수행하는 의료진과 수많은 봉사자들, 새벽녘 보이지 않는 손길로 깨끗하게 정비하는 청소차와 환경미화원, 19년간 자투리 동전을 모아 불우이웃을 돕는 풀빵 아줌마, 다섯 쌍둥이를 키우는 군인부부, 남몰래 어디선가 선행을 베풀고 있는 얼굴 없는 천사들이다.

    평범한 삶을 사는 성실한 우리가 잠재적 영웅, 대기 중인 영웅이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제자리를 지키며 열심히 살고 있는, 바로 우리 모두이며 여러분이다.

    옥영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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