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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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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설날 단상- 이종구(김해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1-24 19: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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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의회에서 음력 설을 아시아 국가의 전통으로 소개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다는 소식이다. 그레이스 멩 미 하원의원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발의한 결의안에서 “중국에서 시작된 지 4000년이 더 지난 음력 설은 동아시아와 동남아 여러 국가가 기념하고 있다”며 “한국인은 음력 설을 설날로 지내며, 베트남인은 음력 설을 뗏(Tet)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력 설의 문화·역사적 중요성을 인정하고, 이날을 기념하는 모든 이에게 가장 깊은 존중을 표한다”고 명시했다.

    ▼미 하원에서 설을 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의 전통으로 인정하는 결의안을 발의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설의 고유 의미가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도 대부분 설이 되면 부모님을 찾아뵙고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드리고 있으나, 설날 때 했던 전통 풍습은 거의 다 없어졌다. 단순히 며칠간 일하지 않는 연휴로 인식돼 국내외 여행을 떠나는 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어린 시절 설날에는 할 일이 무척 많았다. 설빔(또는 설치레·새옷)으로 갈아입고 조상님께 차례를 지내고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 것은 물론 나이를 한 살 더 먹기 위해 반드시 떡국을 먹었다. 이후 일가친척과 이웃 어른들을 찾아뵙고 세배를 드리고 나서야 윷놀이, 널뛰기 등으로 하루를 보냈다. 또 설 며칠 전에 복조리를 구입해서 집 밖에 걸어 한 해의 풍요를 빌었다.

    ▼기자는 설날 아침 큰아버지 집으로 차례 지내러 가는 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옛날에는 경남에도 눈이 많이 내려 설날에 격년으로 눈이 왔던 것 같다. 3㎞ 남짓 눈길을 고무신 신고 아버지 따라 걷다 보면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정도였지만 지금도 설날이 되면 하얀 두루마기 차림의 아버지가 맨 먼저 떠오른다. 명절증후군이라는 용어까지 생겨난 설 풍습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사라지는 것에 대한 미련은 어쩔 수 없다.

    이종구(김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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