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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요즘 애들- 강지현(편집부장)

  • 기사입력 : 2023-02-06 19:4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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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무지 정체를 알 수가 없다. 톡톡 튀고 저돌적이다. 자유분방하며 자기 주장이 강하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개성이 넘친다. 전통적 위계에 따른 권위를 부정한다. 생각이 없고 무례하다.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이다. 이건 요즘 애들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언론에 보도된 ‘X세대’에 대한 평가다. 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당시 설문조사를 보면 ‘이기적이다’ ‘자기 권리만 너무 주장한다’는 부정적인 응답이 많았다.

    ▼‘요즘 애들’에 대한 부정적 평가는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기원전 1700년 무렵 수메르 점토판엔 이렇게 쓰여 있다. “요즘 젊은 놈들은 버릇이 없다.” 호메로스와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의 나약함과 버릇없음을 꼬집었다. 동양의 한비자도 ‘오두(五·다섯 좀벌레)’에서 젊은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평을 했다. 젊은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한탄은 수천년을 이어온 ‘불변의 진리’다.

    ▼이런 젊은이들이 요즘엔 대기업도 떨게 한다. 임원들 사이엔 MZ세대 ‘3요 주의보’가 확산하고 있다. ‘3요’는 상사의 업무 지시에 ‘이걸요?’ ‘제가요?’ ‘왜요?’라고 되묻는 젊은 직원들의 반응을 일컫는 말이다. ‘까라면 까’ 식의 상명하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는 지난해 재계 이슈가 됐던 젊은 직원들의 ‘성과급 반란’과 맥을 같이한다. 주는 대로 받고 시키는 대로 따르던 시대는 갔다. 이들의 태도는 무례함이 아니라 공정함에 대한 요구다.

    ▼‘요즘 애들 버릇없어/ 어른들은 얘기하겠지만/ 똑같은 얘길 들으며/ 그들도 자랐는걸.’ 1993년에 나온 015B의 ‘요즘 애들 버릇없어’ 가사다. 수천년 전 ‘요즘 애들’ 흉을 봤던 수메르인도 한때는 ‘제멋대로 젊은이’였을지 모른다. MZ세대들이 핵심 ‘라떼’ 세력으로 지목하는 X세대도 한때는 ‘거침없는 젊은이’였을 것이다. 모두가 나이를 먹고, 누구나 기성세대가 된다. 015B는 이렇게 노래를 맺는다. “우린 모두 다 어른들을 사랑해요/ 조금씩만 우리를 이해해주세요.”

    강지현(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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