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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에너지 빈곤- 이지혜(정치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2-15 19:2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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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맘카페에서는 한동안 아파트 관리비 청구서 인증이 유행이었다. 누가 더 많은 관리비를 내느냐가 승부처다. 지난해보다 2배 많은 관리비를 내야 한다는 하소연이 이어졌고 부랴부랴 실내온도를 낮추는 집, 급하게 중문을 설치하는 집 등 난방비 폭탄이 이 집, 저 집에서 펑펑 터졌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197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이다.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준이 안되는 가구를 지칭한다. 당시 영국에서는 적정수준의 난방(18~21℃)을 위한 에너지 비용이 소득의 10%를 초과하는 가구를 기준으로 했다. 이후 고소득 가구가 포함될 수도 있다는 지적에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60% 이하이고 평균 연료비 지출이 적정 소비수준의 중위값을 넘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으로 정의하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에너지 빈곤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경기도 광주에 살던 15세 여중생이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단전된 집에서 촛불을 켜고 자다 화재로 목숨을 잃은 사건을 계기로 취사와 냉난방에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도 공급받지 못하는 빈곤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6년 에너지법을 통해 에너지복지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이후에도 생활고에 시달린 송파 세 모녀, 수원 세 모녀 등 빈곤층은 유독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세상을 떠났다.

    ▼빈곤은 결코 평등하지 않다. 그중에서도 에너지 빈곤은 더욱 더 평등하지 못하다.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낡고 허름한 집에서 버티는 겨울은 더욱 춥고 이들에게 날아든 난방비 고지서는 더욱 잔인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열화상 카메라로 담은 아파트촌과 쪽방촌의 대비가 또렷이 떠오른다. 타오르듯 붉은 고급아파트촌과 시리도록 파란 쪽방촌. 곧 유난히 추웠던 지난 1월의 난방비가 찍힌 관리비 고지서가 날아올 참이다.

    이지혜(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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