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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챗GPT에 사투리를 묻다- 이슬기(문화체육부 기자)

  • 기사입력 : 2023-02-16 19:3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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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이 고향인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한 친구가 특정 표현이 생각 안 난다며 답답해 했다. 아빠가 엄마를 가리키면서 ‘여러 잔잔한 일에 능하다’는 뉘앙스를 전하셨는데 정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거다. 우리 모두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할 줄 알기에 이것저것 답안으로 내놓았지만 다 ‘꼽표’였다.

    ▼챗GPT는 세상에 나온지 두 달 남짓된 인공지능 챗봇이다. 로스쿨, 미국의사면허시험도 통과하는 등 시험도 대신 쳐줄 수 있고, 기사도 작성하며, 소설 쓰기는 물론 번역까지 한다는 유능한 AI다. 최근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만큼 우리도 챗GPT에 물어보기로 했다. “‘작은 일에 능하다’의 경상도 사투리는 뭐야?” “‘작은 일에 능하다’입니다” 사투리 해석은 의사면허시험보다 어려운 건가? 다같이 웃었다.

    ▼베스트셀러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교육은 유전자를 넘어서지 못한다며 완벽한 지배자 인종을 만들려는 스탠포드 대학 초대 총장, 데이비드 스타 조던 이야기를 다룬다. 작가는 그를 비판하며 다윈의 종의 기원에서 유래한 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동질성은 사형선고와 같다. 한 종에서 돌연변이와 특이한 존재들을 모두 제거하는 것은 그 종이 자연의 힘에 취약하게 노출되도록 만들어 위험을 초래한다.”

    ▼이 책을 비롯한 생물 다양성, 문화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친구들과의 가벼운 사투리 수다에서 다양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려는 불안감이 도래하는 이 시점, 변형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야 한 번에 완벽한 패턴(답)을 만들 수 없으니까. 시간 문제일 수 있지만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에 위안을 얻는다. 맛깔난 경남 사투리로 쓴 손정란 수필가의 작가칼럼을 탐독할 참이다.

    이슬기(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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