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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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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봄-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2-22 19:4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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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곧 3월이다. 바라봄의 시작과 기다림이 끝나는 계절, 봄이 시작된다. 봄은 바라보다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어원이 아니더라도 봄만큼 싱싱하고 풋풋한 우리말이 또 있을까. 단어의 함축성과 의미에 더하고 모자람 없이 봄은 우리 곁에 살포시 소리 없이 다가온다. 새색시나 봄처녀처럼. 두 귀를 할퀴면서 정신이 번쩍 들도록 만드는 요즘 같은 시기도 있지만.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봄만 봄인 것은 아니다. 나태주의 시 ‘풀꽃’처럼 자세히,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고 예쁜 봄도 봄이다. 바라보거나 마주 보는 봄이 연인의 봄이라면, 그윽한 눈으로 보는 봄은 어머니의 손이나 마음을 닮았다. 자식을 쳐다보거나 자식 바라기를 하는 어머니의 한없는 사랑의 마음과 손길을 쏙 빼닮은 봄. 그윽함이나 한없음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지만 애완동물이나 식물을 그저 보는 것도 봄이다.

    ▼봄은 기다림이 끝나는 지점에서 만난다. 새싹이 언 땅을 힘차게 박차고 나오듯 봄은 겨울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리고 견뎌낸 선물이다. 그 기다림은 열매가 맺는 여름이나 가을걷이하는 가을의 시간과는 다르다. 어감이나 느낌까지도. 낡은 기와집 담장을 녹색으로 곱게 입힌 이끼를 닮은 고통의 시간, 겨울을 지나 만물이 피어나는 시간이길 바라는 기대의 계절, 언 땅을 뚫고 나오는 모든 생물은 그래서 위대하다.

    ▼세상에 이같이 가슴 먹먹한 바라봄과 절절한 기다림이 어디에 있을까. 시인 이해인은 시 ‘봄의 연가’에서 우리에게 바라봄과 기다림이 있는 한 봄은 언제나 있다고 노래한다. “우리 서로 사랑하면 언제라도 봄/겨울에도 봄 여름에도 봄 가을에도 봄/어디에나 봄은 있네/몸과 마음이 많이 아플수록 봄이 그리워서 봄이 좋아서/나는 너를 봄이라고 불렀고 너는 내게 와서 봄이 되었다/우린 서로 사랑하면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라도 봄”.

    이병문(사천남해하동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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