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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밀양아리랑, 무형문화재 지정을 기대하며- 서정매(한국민속음악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 2023-03-15 19: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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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96년에 미국인 선교사 헐버트는 ‘한국인에게 아리랑은 매일 먹는 밥과 같다’라고 한 만큼 당시 아리랑은 사람들의 입에 매일 오르내리며 부르는 노래였다. 당시 헐버트가 채보한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아라렁 얼~싸 배띄어라’는 현재의 후렴구와는 가사와 선율에서 차이가 있다.

    한편 국내에 잘 알려진 ‘나를 버리고 가시는 임은/십리도 못가서 발병난다’의 아리랑은 일명 본조아리랑 및 서울아리랑으로 일컫는데, 이는 1926년 나운규 각본·감독·주연의 무성영화 〈아리랑〉의 주제곡으로, 나운규가 함경북도 회령에서 철도를 부설하던 노동자들이 부르던 선율을 토대로 만든 창작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리랑 주제곡은 전국적으로 급격한 유행을 타게 되면서 국민의 생활 속에 침투하였고, 일제의 탄압에 대한 저항성을 띠면서 민족적 정체성을 지닌 노래로 성장했다. 같은 시기에 전국적으로는 수십 종에 달하는 지역아리랑이 등장했는데, 이 중 특히 눈여겨볼 만한 것이 밀양아리랑이다.

    밀양아리랑의 최초의 기록은 1926년 대구 출신 기생 김금화의 음반 〈일츅죠션소리판〉에서 확인된다. 지역아리랑 중에서는 최초이다. 한국의 3대 아리랑이라 일컫는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정선아리랑의 음반 발매시기를 볼 때, 밀양아리랑이 1926년으로 가장 빠르고, 강원도아리랑이 1927년, 진도아리랑이 1934년, 정선아리랑이 1936년의 순이다. 또한 방송횟수로는 정선아리랑이 1회, 강원도아리랑은 11회, 진도아리랑은 13회인데 비해, 밀양아리랑은 총 96회로 월등한 차이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음반 발매에서는 정선아리랑이 2편, 진도아리랑이 3편, 강원도아리랑이 5편인데 비해 밀양아리랑의 음반은 24개 이상으로 매우 독보적이었다. 특히 밀양아리랑 음반은 창자가 권번 출신의 기생뿐 아니라, 연극배우, 영화배우, 대중가수, 작곡가 등 다양했다.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일제강점기의 밀양아리랑은 대중적으로 매우 사랑받은 노래였음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당시 밀양아리랑에서 특히 주목할 점이 있다. 악곡에 많은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지금으로 본다면 변주나 편곡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예를 들면 가야금이나 장주 반주로 된 기본형 외에도 국악기에 아코디언과 같은 양악기를 혼합한다던가, 노래부분은 국악기로 반주하되 전주나 간주에서는 양악기로 연주하거나, 또는 노래는 세마치장단으로 부르되 간주나 후주에서는 3/4박자로 연주하거나 또는 처음부터 3/4박자로 이루어지는 등이다. 이러한 다양한 변화는 반주나 연주에서만이 아니라 선율에서도 이루어졌다. ‘라라 솔라솔 미’로 부르는 밀양아리랑이 ‘미미 레미레 도’의 미선법으로 노래되기 시작한 것이다. 놀랍게도 당시 미선법은 꽤 인기가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는 라선법으로만 노래되지만, 해방 및 분단 이후에 연변과 북한에서는 미선법의 밀양아리랑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었고, 심지어 지금도 불리고 있다.

    이처럼 밀양 및 영남을 대표하는 밀양아리랑이 해외에서도 다양하게 노래되고 있다는 점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다만 북한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부르는 횟수가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그 가사가 매우 한정적이다. 그런데 이는 국내에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아는 가사라도 부르지 않으면 잊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밀양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밀양아리랑이 전승되고 있는데, 옛 정취의 밀양아리랑이 온전히 전승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밀양아리랑이 무형문화재로의 지정이 필요한 이유이다. 한국의 3대 아리랑이라고 일컫는 정선아리랑과 진도아리랑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이 시점, 경상도를 대표하는 밀양아리랑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밀양아리랑의 화려했던 전성기가 회복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정매(한국민속음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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