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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패스트트랙- 권태영(문화체육부 차장대우)

  • 기사입력 : 2023-04-11 19: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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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스트트랙(fast track)은 경제 분야에서는 유동성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등급으로 구분해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뜻하고, 정치 분야에서는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제도를 말한다. 국제 분야에서는 미국 대통령이 국제통상협상을 신속하게 체결할 수 있도록 의회로부터 부여받는 일종의 협상특권을 말하는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원래 단어의 의미는 빠른 길 또는 지름길이다.

    ▼유명한 테마공원(놀이공원)에서는 또 다른 의미의 ‘패스트트랙’이라는 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다. 입장권과 별개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평일이나 주말에 인기 있는 놀이기구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수고로움 없이 다른 통로를 이용해 최소한의 대기 시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형태다. 놀이공원마다 명칭은 제각기 다르긴 하지만 운용 방식은 비슷하다. 놀이기구 이용 인원의 일부를 패스트트랙 구매자들에게 분배하는 것이다.

    ▼최근 SBS 예능 프로그램 ‘집사부일체’에서는 뇌과학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나와 돈과 권력에 얽힌 뇌 과학의 비밀에 대해 다뤘다. 정 교수가 제시한 ‘놀이공원 패스트트랙’에 대해 패널들은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였다. 무엇보다 이 토론이 흥미로웠던 것은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인파로 가득 찬 놀이공원을 가면 접할 수 있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주제였기 때문이다.

    ▼하루는 누구에게나 24시간으로 동일하고 소중하다. 코로나19로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봄을 즐기지 못한 아쉬움을 떨치기 위해 놀이공원 나들이를 갔을 때 많은 사람이 몰렸다면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릴 것인가, 패스트트랙을 택할 것인가. 놀이공원에서 운영하는 시스템이기에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개인의 자유다. 다만 줄을 먼저 선 사람이 혜택을 받는 공정함이 아니라 ‘시간을 돈으로 사는’ 패스트트랙에 익숙해지다 보면 모든 것이 돈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게 될까 봐 우려스럽다.

    권태영(문화체육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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