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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꽃 없는 4월-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4-12 19: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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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월을 뜻하는 ‘April(에이프릴)’은 꽃이 벌어지듯이 열린다는 뜻의 라틴어 아페레에(aperire)에서 왔습니다. 꽃의 계절이 시작됐다는 뜻입니다. 의미만큼 지천에 꽃이 널렸으며 수종에 따라 피고 집니다만 산과 들, 도심에서 보랏빛 꽃눈을 날리는 벚꽃이나 진달래 등이 너무 빨리, 전국 동시에 피고 진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벚꽃의 경우, 전국적으로 개화 시기가 거의 같아 진해, 하동 등 경남의 전통적인 꽃 관광이 특수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벚꽃 개화 시기의 전국 동일화 현상뿐이겠습니까? 유실수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동 배 주산지인 하동읍 만지의 경우, 벚꽃이 한창 뽐낼 때 배꽃은 봉긋 고개를 내미는 시늉에 그쳐야 합니다. 근데 올해는 벚꽃과 배꽃이 같이 멋을 뽐냅니다. 매년 이 같은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더니 올해는 그 정도가 유독 심하다는 것이 현지 농부들의 전언입니다.

    ▼인간이야 관광 시즌기 반감, 과일값 상승 등 폐해를 견딜만하겠지만, 꽃에서 꿀을 수확하는 벌에게 이 같은 현실은 치명적입니다. 목숨이 끊기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벌이 수분하는 유실수의 경우, 수분율 저하, 드론 등 인공 수분도 해야 합니다. 상상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아카시아 개화 시기에 맞춰 벌통을 옮기면서 채밀하는 양봉농가도 예외가 아닙니다.

    ▼3월(March)은 농경신을 뜻합니다. 24절기 중 봄을 나타내는 입춘(立春), 우수(雨水), 경칩(驚蟄), 춘분(春分) 등 우리 절기와 잘 맞습니다. 농사를 시작은 하는데 페이지를 넘기지 못합니다. 온난화로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는 것을 비켜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꽃 없는 축제(Festival without flowers)를 우려할 것이 아니라 꽃 없는 4월(April without flowers)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꽃이 다 진 4월, 그것은 재앙입니다.

    이병문(사천남해하동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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