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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다반사- 이상권(서울본부장)

  • 기사입력 : 2023-04-16 19: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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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반사(茶飯事)는 ‘보통 있는 예사로운 일’을 이르는 말이다. 차(茶)를 밥 먹듯이 마신다는 뜻으로 과거 차가 생활 깊숙이 자리했다는 방증이다. 조용한 가운데 홀로 차를 마시는 것은 자신과의 소통이다. 내면으로 침잠하고 각성(覺醒)을 체득한다. 단순한 마실거리를 넘어선 명상의 미학이다. 타인에게 “차 한잔하자”는 제의는 소통의 매개체(媒介體)로서 역할을 부여한다.

    ▼차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생리적이고 정신적인 기능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방법을 다도(茶道), 다례(茶禮), 다예(茶藝)로 승화시켜 예술적 가치를 부여했다. 조선 후기 우리나라 다도를 정립해 다성(茶聖)으로 불리는 초의선사는 ‘예로부터 성현들은 모두 차를 즐겼으니 차는 군자처럼 성미에 사악함이 없다(古來聖賢俱愛茶 茶如君子性無邪)’고 했다.

    ▼하동군 화개면 쌍계사 입구의 대렴공추원비에는 지리산 쌍계사가 우리나라 차의 시배지라고 적혀 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흥덕왕 3년(서기 828년) 당나라에서 돌아온 사신 대렴공이 차 종자를 가지고 오자, 왕이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고 했다. 하동군이 1200여년을 이어온 우리나라 차 문화의 성지이자, ‘왕의 녹차’ 생산지라는 자긍심을 갖는 배경이다. 하동차는 특히 전통적인 ‘덖음’ 기술을 활용해 맛과 품질이 우수하다는 평가다.

    ▼차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온도와 습도에 따라 찻잎의 폴리페놀에 산화효소가 작용하면서 향과 맛이 오묘한 차이를 보인다. 발효 정도에 따라 백차(白茶), 녹차(綠茶), 청차(靑茶), 황차(黃茶), 홍차(紅茶), 흑차(黑茶) 등 6대 다류(茶類)로 구분한다. ‘하동세계차엑스포’가 다음 달 4일부터 한 달간 열린다. 최근 국회 등 서울에서도 홍보 행사를 열어 하동녹차와 발효차 등의 맛과 우수성을 알렸다. 하동차가 ‘시배지’로서 전통을 넘어 다반사(茶飯事) 시대를 여는 중심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한다.

    이상권(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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