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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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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또 봄날은 가지만- 이현근(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23-04-17 19:4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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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얀 목련에 이어 샛노란 개나리가 떼 지어 고개를 내밀더니 애타는 마음인 양 진분홍을 자랑하던 진달래도 봄바람과 함께 피고 졌다.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을 기세로 흐드러지게 피었던 벚꽃도 어느새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봄은 화창한 날씨와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바람이 있어 설렘을 준다. 동백과 산수유, 매화, 살구, 복사꽃이 연이어 펼치는 꽃 잔치도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풀어헤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런 봄날이 또다시 가고 있다.

    ▼사람들은 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고 한다. 사실일까. 지난 2021년 기상청이 새로운 기준으로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계절 길이를 분석한 적이 있는데 봄이 91일, 여름 118일, 가을 69일, 겨울이 87일이었다. 이는 이전 기준 봄 87일, 여름 114일, 가을 70일, 겨울 94일에 비해 봄과 여름은 4일 늘었고, 가을 1일, 겨울은 7일이 준 걸로 나왔다. 기후변화로 봄, 가을은 사라지고 여름과 겨울만 남는 것 아니냐는 사람들의 체감과 계절의 변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봄이 짧아졌다고 느끼는 이유는 3월은 겨울인데 사람들이 봄으로 인식하는 데다 기후변화로 겨울인지, 봄인지, 여름인지 구분되지 않는 날씨 때문이라고 한다. 어쨌든 봄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는데 사람들이 화창한 봄날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봄이 짧아지거나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4월이지만 아직 봄이다. 사실 봄은 5월 중순까지 이어진다.

    ▼봄이 짧아진 게 아니라 오히려 길어졌다는 것은 아직 봄과 함께 보낼 시간이 더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꽃비 대신 흙비가 내리고, 꽃가루와 반갑지 않은 희뿌연 황사와 미세먼지가 심술을 부려도 봄은 봄이다. 가는 봄 아쉬워 말고 봄볕에 타면 임도 몰라본다는 봄 햇살도, 봄 처녀가 바람난다는 봄바람도 흠뻑 맞아보자. 후딱 지나갈 인생이지만 봄을 보낼 마음마저 서둘 일은 아니다.

    이현근(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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