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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2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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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예술과 함께하는 삶- 이상헌((사)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회장)

  • 기사입력 : 2023-04-19 19: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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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일상은 평범하다. 먹고, 자고, 일하는 반복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나 그 지루한 일상 속에서 지루함을 떨치게 해주고 삶의 활기를, 에너지를 주는 것이 바로 예술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에이~ 지루하게 또 예술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으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쇼팽, 베토벤의 클래식 음악이나 루브르의 명화가 닭살 돋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이라 할지라도, 그는 단 하루도 예술적 활동의 결과물들, 그 감각적 산물들에서 벗어나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감히 장담한다.

    다시 말해 반복되는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가 보면 흔한 TV 광고 화면이나 광고 속의 짧은 글, 함축된 일러스트 그림조차 예술가의 손길 안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생활미술조차도 특정한 그들만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우선 우리는 위에 언급한 대로 삶 자체에서 알게 모르게 셀 수 없는 문화예술의 창작물 속에 노출되어 살아왔다. 생활미술, 생활문학, 생활공연 등등.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미술의 ㅁ자도 모른다고 할지라도….

    우리는 이미 예술인이다. 예술작품의 소비자이며 소비 유발자이며, 예술의 후원자이다. 그도 부정한다면 넥타이를 고를 때, 그릇을 살 때, 옷을 살 때, 하다못해 문구류를 살 때조차 그 예술 활동의 결과로 만들어진 감각으로 A가 아니라 B를 선택하거나 A도 B도 싫다는 자신만의 감각으로 선택을 하며 생활 속의 예술 활동을 한다는 데는 동의할 것이다.

    예술 또한 일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현대인의 대중적, 일상적인 소비생활 속의 감각이 반영된 대표적 예로 슈퍼마켓에서 판매하는 흔한 통조림을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켜 큰 반향을 일으킨 앤디 워홀의 ‘캠벨수프 통조림’이 있다. 이 작품은 흔히 산업사회의 소비주의를 비판하는 팝아트 작품으로 알려지기도 했지만, 예술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하는 고유한 영역이 아닌, 일상의 모든 것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혁신적인 개념을 일으키며 예술이 대중에게 가까이 파고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예술은 일상의 무의식적인 행동 속에도 숨어 있다. 우연히 자신의 작품이 거꾸로 놓여 원래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된 것에 감탄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어, 그러한 형식을 더욱더 깊이 구축하면서 추상화의 대가가 된 칸딘스키의 일화는 미술사에서 유명하다.

    칸딘스키는 음악을 그리는 화가로도 유명하다. 바그너의 오페라 ‘로엔그린’에서 깊은 영감을 얻어 음악을 자신의 작품세계로 끌고 온 그는 음의 높낮이나 악기마다 다른 음색을 색채로 표현하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음악적 감성이 드러난 추상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칸딘스키는 음악이 그림이 될 수도 있고, 또 그림이 음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사물의 겉모습에 집중하기보다 선명한 색채를 통해 음악적인 감성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추상미술이 주는 감동을 음악에 비유해 “색채는 건반, 눈은 공이, 영혼은 현이 있는 피아노이다. 예술가는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 내기 위해 건반 하나하나를 누르는 손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우리의 일상과 예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점차 그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주위를 섬세하게 둘러보면 어디에서나 예술을 느낄 수 있고, 예술이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예술은 먼 곳에 있지 않다. 우리는 이미 평범한 일상 속에서 예술의 경험과 감각을 익혀온 생활 예술인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소극적 예술 활동보다는 좀 더 나아가고 싶다면 주변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아 편한 마음 위에 자신의 예술적 감각을 올려보면 어떨까? 작품 저마다에 창작자들이 전하고자 하는 고유한 감정과 철학이 담겨 있다. 마음을 열어 그에 귀 기울이고 소통하다 보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넓어지고 나의 세계는 한층 다채로워질 것이다.

    이상헌((사)한국미술협회 경상남도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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