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5월 19일 (일)
전체메뉴

[금요 에세이] 아이들이 만들어 갈 세상- 최영인 아동문학가(199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 기사입력 : 2023-07-27 19:43:34
  •   

  • 아침에 눈을 뜨면 새들의 재잘거림이 하루 시작을 알린다. 도심 속이지만 정적이 맴도는 주택가엔 그나마 집집마다 푸른 나무들이 있어 새들이 이집 저집을 포르륵거리며 아침을 연다. 오래된 주택 동네엔 젊은이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노인네들만 사는 집은 늘 정지된 화면 같다. 어떤 이는 하루 종일 말 붙일 일이 없어 ‘아, 아’ 하며 가끔 혼자 목소리를 질러본다는 이도 있다. 반려동물이라도 곁에 있다면 그나마 생기를 찾는 하루가 된다.

    초등학교 근처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나는 아침 등굣길에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정겹고 좋았다. 삼삼오오 모여 걸으며 뭐가 그리 재밌는지 까르륵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는 그냥 입가에 미소를 짓게 했다. 학교 앞에 늘어선 문구점에는 준비물을 챙기는 아이들이 복닥거리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언제부턴가 등굣길엔 아이들이 뜸해지고 문구점도 하나, 둘 모두 사라졌다.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아파트에서도 셔틀버스가 운행되고 젊은 엄마들은 앞다투어 새로 지은 아파트를 선호하다 보니 주택가엔 더더욱 아이들 보기가 힘이 든다.

    얼마 전 초등학교 동창회에 참석을 했다. 50여 년 전 내가 다니던 학교는 예쁘게 새 단장을 했고, 운동장을 지키며 서 있던 플라타너스는 고목이 되어 학교 역사를 말해주듯 넓은 그늘을 드리워 주고 있었다. 한 학급에 65명이 넘는 아이들, 책걸상으로 빼곡하게 채워졌던 교실은 넓은 가정집 거실 같은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고, 남아도는 공간은 노인들 복지를 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쉬는 시간이면 운동장에 쏟아져 나와 짧은 시간이나마 시끌벅적했던 그때를 떠올리며 한동안 동심에 젖어 있었다. 설렘도 잠시, 교장 선생님의 동창회 축사는 줄어드는 학생들을 걱정하며 어떻게 해야 이 학교를 지킬 수 있을 것인지 호소에 가까웠다. 한 해 졸업생이 15명에서 10명으로, 입학생이 열 손가락 안으로 꼽힌다는 것은 단지 그 학교만의 걱정일까.

    어쩌다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면 반가운 듯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요즘 아이들은 생각보다 성숙하고 당돌하다. 학교가 달라지고 선생님의 손길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시대는 변하였지만 가끔은 아이들의 순수성이 더 퇴색된 것 같아 안타까울 때도 있다. 그릇된 행동을 하는 아이들에게 옆에서 함부로 충고를 할 수도 없다. 집집마다 한둘밖에 없는 귀한 자녀이기에 과보호로 인한 폐단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의 생각은 우리와 많이 다른 것 같다.

    아이들은 이 나라의 미래이자 꿈이다. 또한 아이들은 어른들을 보며 따라하고 배운다. 때문에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어른들의 역할은 너무나 중요하다. 아이들이 줄어든다고 걱정을 하기에 앞서 지금 자라고 있는 아이들이 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아이로 자라 줬으면 하는 바람을 해본다. 앞으로 50년 뒤, 더 아름다운 세상을 기대하면서….

    최영인 아동문학가(1991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