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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8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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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교원이 감정노동자로 전락한 교단의 현실

  • 기사입력 : 2023-07-31 20: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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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과 수년 전 ‘교사’가 초중고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으로 손꼽히던 시절이 있었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 2017년 6~7월 전국 초중고 학생, 학부모, 교사 등 5만14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보면 학생들의 희망 직업 1위는 교사였다. 지난 2007년부터 11년째 계속 교사가 1위를 차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한 사설교육기관이 지난 4월 10일부터 24일까지 초중학생 1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종 목표로 하는 대학 전공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21.6%(290명)가 ‘의학계열’이라 응답했다. 이는 초등생 4명 중 1명은 의대 진학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급기야 교원 스스로 자신들을 ‘감정노동자’라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는 우리 교단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는 전국 교원 3만29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권침해 인식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 교원 설문조사 결과 교원 99%가 감정노동자라는 질문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교원들은 이번 설문을 통해 교사로서의 자긍심이나 자존심이 크게 상실된 최근의 우려와 현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교원에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학부모(66.1%)와 학생(25.3%)으로 지목됐는데, 학생이야 직접 교육대상이니 그렇다손 치고, 학부모에 의한 부당한 교권개입과 침해가 발생하는 부분은 이번 기회에 손을 봐야 한다.

    미래 직업으로서 교사의 인기가 떨어지고, 교원 스스로 감정노동자라고 인식하고 있다면 우리는 이 대목에서 향후 교직기피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한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존엄적 등식이 깨진 지 오래이고, 스승의 그림자를 넘어 ‘옥체’가 짓밟히는 현실이 방치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래서 교원들은 교권침해 학부모에 대한 실효적 조치를 바라고 있으며, 교권침해 학생 조치사항을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 사회는 이번 기회에 교원과 학교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방해를 주는 행위를 제도적으로 막아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교원의 신변을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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