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8일 (일)
전체메뉴

[사설] 학폭 심의위 판정기준 객관성·공정성 높여야

  • 기사입력 : 2023-08-08 20:03:49
  •   
  • 최근 학교폭력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학폭으로부터 안전한 교육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5월 도내 한 기숙형 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이후 피해학생이 다른 학교로 전학 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이에 본지가 최근 이 학교의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회의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공정한 심의가 이뤄졌는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심의위는 학폭에 대해 심각성, 지속성, 고의성, 반성 정도, 화해 정도 등 5개 항목(총 20점)을 평가했는데, 가해학생 2명에 ‘학급 교체(13~15점)’에 해당하는 15점을 줬다. 온갖 욕설과 폭력을 당한 피해학생은 심의위 평가가 이렇게 나오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 버렸는데, 이런 일이 반복될까 우려스럽다.

    심의위가 객관적인 판단을 내렸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대개 전·현직 교원이나 법조계, 경찰, 청소년 전문가, 지역 학부모 등으로 구성되는 심의위는 주관성이 묻어날 개연성이 있다. 이번 회의록 분석 결과에도 가족 비하 욕설과 가래침 뱉기, 둔기를 이용한 폭행은 인정돼 ‘매우 높음’인 4점을 부여했지만, 고의성 부문에는 관습적으로 행해진 부분이 있다며 한 단계 낮은 ‘높음’(3점)으로 채점됐다. 결국 학생의 ‘반성 정도’(1점) 등 점수를 합산함에 따라 학급 교체 수준의 납득하기 힘든 결과로 이어졌다. 어느 누가 봐도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못한 결론으로 보여 비판에 직면하게 됐다.

    심의위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라도 냉정할 필요가 있다. 학교가 더 큰 혼란에 휩싸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 차원에서 냉정하게 판단해 주지 않으면 학교폭력은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이번 학교의 경우처럼 학년을 달리하는 학폭사건이 발생했는데도 학폭규정에 의해 ‘학급 교체’ 처분을 받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으니 더욱 그렇다. 교육 당국은 선진화되고 체계화된 학폭 심의 판정기준을 하루속히 만들고, 학폭 심의위원의 역량강화 방안도 세워야 한다. 학폭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평생을 안고 가는 문제인 만큼 예방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