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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혐오를 멈춰주세요- 차상호(사회부장)

  • 기사입력 : 2023-11-23 08: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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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얼마 전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이른바 여성 혐오범죄가 발생했다. 창원지방검찰청 진주지청은 편의점에서 머리가 짧은 여성 아르바이트생 등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20대 남성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 4일 자정 즈음이었다. 편의점에서 술에 취한 채 상품을 바닥에 던지는 등 소란을 피우자 아르바이트생이 경찰에 신고하려 했고, 남성은 휴대전화를 빼앗아 전자레인지에 넣고 작동시켜 파손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런데 그때 한 말이 충격적이다. 너는 페미니스트니까 맞아도 된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후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폭행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다른 남성 손님이 말리자 “왜 남자 편을 들지 않느냐, 저 여자는 페미니스트”라며 손님까지 주먹과 의자로 폭행했다고 한다. 편의점 진열대를 파손시키는 등 소란을 피운 끝에 그 남성은 체포됐고, 이튿날 경찰서 유치장 출입문을 걷어차 휘어지게도 했단다. 여러 가지 혐의가 적용됐고 구속기소에 이르렀다. 검찰은 “피고인이 평소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었고, 피해자의 숏컷에 대해 혐오를 표출한 범행임을 확인하는 등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명확히 했다”며 “혐오범죄에 엄정 대응하는 한편,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게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노골적으로 짧은 머리 여성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다. 페미니스트까지 언급하면서. 여성에게 무슨 손해를 입은 것인지 막연한 반감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해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올림픽 여자 양궁을 보면서도 불편해하고 분노할 것인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감명 깊게 읽었거나 혹은 그러려니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불편해서 페이지 넘기기가 힘든 이들도 있다. 좀 더 부드럽고 좀 더 여유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혐오는 혐오를 낳을 뿐이다.

    차상호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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