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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0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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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역사에서 찾는 국가 발전의 지혜- 이진로(영산대학교자유전공학부 교수)

  • 기사입력 : 2024-01-02 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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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새해가 밝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국제사회의 근심거리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대립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무역 의존도가 높다. 매우 어려운 상황이 펼쳐진 것. 국내적으로도 사회적 양극화가 심한데 정치권의 여야 갈등과 무관하지 않다. 시대를 헤쳐나갈 국정의 지혜가 필요하다. 역사에서 찾아본다.

    먼저 세종대왕의 업적은 국가 발전의 본보기다. 유능한 전문가를 등용해 제도를 정비하고, 기술과 조세 혁신을 과감하게 단행했다. 또한 실리 위주의 대외 정책, 한글 창제와 출판을 통한 지식 증진 등으로 발전 기반을 확립했다. 성실한 지도자다. 그의 성공을 다섯 가지로 설명해 본다.

    첫째, 세종은 국가 발전 방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think tank) 기관 집현전(集賢殿)을 운영했다. 훌륭한 인재의 육성과 체계적 정책 개발의 효과는 매우 컸다.

    둘째, 세종은 주요 제도를 정비하여 각종 폐단을 줄였다. 지방 토호의 횡포를 견제하도록 행정 책임자인 수령의 권한을 강화했다. 관리와 왕이 정사를 논의하게 해 언론을 활성화했다. 과거 이외의 등용제도로 유능한 관리를 확보했다. 형법의 3심 제도 도입으로 억울한 처벌을 막았다. 노비를 마음대로 벌주면 처벌했다. 농지의 생산성을 반영해 공평하게 세금을 부과했다. 제도 개혁에 힘입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 것.

    셋째, 세종은 당대의 핵심 산업인 농업 발전과 과학기술 혁신을 과감하게 선도했다. 우리나라의 풍토에 적합한 농법을 담은 〈농사직설〉을 편찬하고 보급했다. 또한 천문관측기구, 해시계와 물시계, 한반도에 맞는 달력 제작, 금속활자 인쇄기술 혁신, 무기 제조 기술 개발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다.

    넷째, 세종은 대외정책에서 강대국인 명나라와 친하게 지내되 왜와 여진에 대해서는 교류와 정벌을 병행했다. 친명(親明) 외교에도 처녀를 보내고 금은을 제공하는 무리한 요구를 거절했다. 왜의 경우 도적들은 정벌하되 무역을 일정 수준에서 허용했다. 북방 지역을 위협하는 여진을 두만강과 압록강 밖으로 몰아냈다.

    다섯째, 세종은 한글 창제로 백성의 지식수준을 크게 높였다. 역사, 언어, 지리, 의술 분야의 책이 다수 간행됐고, 악기와 악보의 정비 등을 통해 국악의 활성화를 가져왔다. 특히 한글은 당시 백성의 문맹 해소에 크게 기여했음은 물론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여는 데 적합한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로 평가된다.

    최근 60년간의 눈부신 발전도 우리에게 성취감과 자신감을 준다. 1945년 해방 이후 분단과 전쟁의 폐허로 우리나라는 세계 최빈국 그룹에 속했다. 사회 제도가 미흡했고, 나라를 이끌어갈 전문가도 부족했다. 이를 벗어나는 시대적 과제에 모두가 공감했다. 그래서 경제 발전과 과학기술 혁신, 정치 민주화, 외교와 안보 강화, 정보기술 개발과 문화 수준 제고 등에 주력했다. 어느 하나 쉬운 정책이 없다. 하지만 시기별로 차별화된 목표에 매진했고, 조금씩 성취가 축적됐다.

    특히 1988년 이후 5년마다 교체되는 정부는 마치 릴레이 경주를 하듯, 각자의 성과와 한계를 다음 정부에 넘겨주었다. 때때로 흔들리고 넘어지고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일어서서 힘껏 달렸다. 다행히 민주화, 산업화, 정보화, 문화와 외교 측면의 성과로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시대가 보여준 성공의 비결은 지도자가 시대적 소명을 성실하게 수행한 것.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 정신이다. 상대의 설득과 협력 유도에서 성실한 태도가 중요하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스포츠 등의 팀워크 역시 성실함에서 비롯된다. 지극한 정성은 존중과 다르지 않다. 특히 민주주의 시대의 핵심 태도다. 중용(中庸)과 맹자(孟子)는 하늘의 본성이 성실하듯 인간의 성실한 태도를 강조한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석 달 남짓 남았다. 매우 성실한 의원들을 보고 싶다.

    이진로(영산대학교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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