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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5월 17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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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옹이- 이동배(시조시인·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24-05-02 19:3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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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역가왕 마지막 결승에서 남장가수 마이진이 부른 ‘옹이’가 마음속에 들어온다.

    아마 노래 가사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열심히 하여도 빛을 못 보고 포기하고 싶을 때 부르는 노래 ‘옹이’라는 곡은 작사가 이승규의 글을 신재동이 곡을 지어 먼저 조항조가 불렀던 것을 이번에 마이진이 맛깔스럽게 불렀다.

    사랑에 불씨 하나/ 가슴에 불 질러놓고/ 냉정히 등을 돌린/ 그 사랑 지우러 간다/ 얼마나 달려가야/ 이 사랑 내려놓을까/ 어디쯤 달려가야 그리움도 놓을까/ 너무 깊어 옹이가 된/ 사랑 때문에 내가 운다/ (중략) 어디쯤 달려가야 그리움도 놓을까/ 빼지 못할 옹이가 된

    사랑 때문에 내가 운다/ 빼지 못할 옹이가 된/ 사랑 때문에 내가 운다

    이 곡은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마이진은 이 가사에 자신의 처지와 감성을 진심으로 담아 절실하게 노래했다.

    옹이는 나무에 박힌 가지의 그루터기로 나무의 밑 부분 또는 굳은살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가슴에 맺힌 감정 따위를 비유한 말이 되기도 한다. 지난 설 연휴 명작 영화로 톰 크루즈가 주연한 ‘탑건 매버릭’을 보았는데 톰 크루즈의 옹이 박힌 나이테 같은 연기와 표정이 멋졌다. 그의 만연한 세월이 나타난 표정 연기는 이 영화의 격을 높이는 데 한몫을 한다.

    “하지만 적이 모르는 것은 제군의 한계다. 그 한계를 찾고, 시험하고 넘어서는 것이 내 목표다.”

    매버릭이 내게 남긴 인상적인 대사로 목적지의 협곡비행을 걱정하는 훈련생들에게 들려준 말이다. 무모하다 싶은 순간의 선택이 삶을 되살리는 경우가 우리 일상에도 분명 있다.

    사람들의 상처는 누가 치료해 주지 않는다. 긍정의 마음이 상처를 아물게 하는 약이다. 갓 잘라낸 나무에서 나무진이 흐르고 나이테가 드러난다. 이렇게 스스로 흘러나오는 나무진은 옹이를 만들고 치료의 힘이 되는 약이 된다.

    우리들의 상처도 나으려면 스스로 진을 내고 세월과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바람도 맞고 해가 비추고, 비와 눈도 맞는 세월이 흘러야 상처가 아문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음을 열어놓으면 어느새 가난한 마음에도 가을처럼 풍성함이 가득해진다. 간혹 버거운 짐짝인 양 찾아온 시련은 새로운 도약의 추진체가 되어 우리의 등을 밀어 준다.

    새소리로 가득한 숲속에서 겨우내 움츠리다 온갖 기지개들이 들쑤시고, 분주한 숲 어귀에는 어디선지 시작한지도 모르는 작은 시냇물이 합쳐지며 흘러내리고 있다.

    땅 속에 스며든 빗물들은 온 산골짝을 누비다가 숲속 작은 곳에 똬리를 틀어 옹달샘을 만든다. 옹달샘은 묵직한 큰 산들의 옹이다. 이 샘물이 넘쳐 흘려내려 물길을 잇고 시냇물이 되고 강물이 되어 들을 적시고 바다로 나아간다.

    옹이는 어쩌면 우리들 삶의 영원한 도약의 움집이고 힘이다. 우리 마음속의 옹이들도 어느새 용기와 희망이 되어 눈부신 아침 햇살처럼 반짝일 것이다.

    후세에 나타난 침향이 되어 만백성을 치료하고 보호할 것이라고….

    이동배(시조시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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